여당 당원 교과서 실린 ‘우리당 실패’… 반면교사할까

섣부른 개혁 과제 꺼내는 대신 코로나 극복에 집중 의견 많아


21대 국회 180석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시절의 뼈아픈 전철을 밟지 말자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며 의회권력을 장악했음에도 당의 정체성 혼란, 당정청 갈등, 리더십 부족 등으로 여려 개혁 정책에서 실패를 맛봤던 전례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한국 정당 최초로 발간한 당원교육 교과서 ‘더불어 민주주의’에도 상세히 실려 있다. 교과서는 이해찬 대표 지시로 만들어졌다. 책에 실패 원인으로 기록된 여러 문제점은 비단 그때뿐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이 맞닥뜨릴 법한 사안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21대 국회에서 안정적인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 교과서에서 ‘우리당은 17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 입법에 당력을 집중했다’며 ‘야당은 물리력을 동원한 결사 저지로 맞서고 거리에는 보수단체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정국은 극한 대결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이어 ‘4대 입법 처리 문제, 특히 국보법 폐지 문제는 노선 갈등을 촉발했다’며 ‘개혁 입법과 국정 운영 방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차기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 간 갈등으로 심화했고 당청 갈등으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교과서에서 당시 실패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복잡한 계파 구성과 이념적 이질성으로 인한 정당 정체성의 혼란이다. 책에선 ‘민주당 탈당 의원, 한나라당 탈당 의원, 개혁당 의원, 시민단체 및 재야 인사 등 다양한 세력들이 합류해 출발했다’며 ‘공천자의 65%가 외부 영입 인사였고, 그중 절반 이상이 전문가 집단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보수 실용파에서 진보 개혁파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해졌고, 결국 개혁을 둘러싼 내부 혼란과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 정당의 응집력과 지도력 부족을 꼽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집단지도체제와 당정 분리를 앞세웠지만 그 결과 이라크 파병과 대연정, 부동산 대책, 4대 개혁 등의 이견 노출로 이어졌다. 책에선 ‘3년9개월간 두 명의 당 의장이 중도 사퇴했고, 네 번의 임시 또는 비대위체제가 성립됐다’며 ‘당 의장이 여덟 차례나 교체되면서 당의 리더십 발휘가 불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선 그때와 달리 21대 국회에선 개혁 과제를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9일 “코로나19로 국민에게 닥쳐오는 경제위기, 특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때와 달리 강한 결속력을 지닌 당정청 관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당원 교과서를 감수한 정태호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는 황제적 리더십을 혁파하자는 것이었지 정부 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당정청 간의 일체감을 부정하자는 게 결코 아니었다”며 “앞으로 당정청 간에 공개된 어젠다에 일체감을 바탕으로 힘을 결집해 나가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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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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