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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5%+α에 막힌 선거

박형준 (미래통합당 전 공동선대위원장·동아대 교수)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하지만 진단을 잘해야 치료도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몇 자 적는다.

우선 이번 선거 결과를 잘 따질 필요가 있다. 의석수로 보면 분명 참패다. 제1당을 노렸던 선거에서 개헌 저지선에 턱걸이했으니 이런 패배가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 미래통합당이 얻은 표는 탄핵 이후 2017년 대통령 선거(24%)와 2018년 지방선거(28%)에 비하면 41%로 늘었다. 선거 결과는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했던 쪽에서 논거로 들었던 소선거구제의 비합리성을 드러냈다. 지역구에서 49%를 받은 정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41%를 차지한 정당은 3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 정치의 아이러니다. 연동형을 찬성했던 정당이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고, 그것을 반대했던 정당이 표의 비등가성 저주를 한껏 받았다. 지역구에서 8% 포인트 득표 차이는 수도권·충청권의 접전지들을 온통 파란색으로 색칠하게 만들었다. 승자독식 양자 대결 구도 선거에서 상대의 5%를 가져오면 10%의 격차로 바뀐다. 결국 미래통합당의 완패는 가져와야 할 이 5%+α를 가져오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코로나 재난 같은 외부 요인을 빼고 내부 요인만 찾는다면 이렇다. 통합은 했지만 혁신은 못 했다. 보수는 결집했지만 중도는 잡지 못했다. 고령층은 잡았지만 청장년층은 못 잡았다. 일벌은 있었지만 여왕벌이 없었다. 확장성의 한계를 규정하는 이 네 가지 요인은 서로 얽혀 있다. 가까스로 통합을 하고 당명도 바꾸었지만 혁신을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기득권은 강했다. 기대했던 공천 혁신은 현역 물갈이는 했지만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막판 뒤집기 소동과 미래한국당 파동으로 혁신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선거 기간 중도층이 등을 돌린 데는 막말 파동이 한몫했다. 막말의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다. 특정 세대를 비하하거나 온 국민 특히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 자체가 청장년층과 중도층에는 ‘아! 저 정당은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하는 징표가 된다. 바로 탄핵을 당했던 그 정당이 소환되는 것이다. 열흘 동안 세 번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그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야당 바람이 불어도 시원찮을 판에 야당에 대한 역풍이 불었다.

양당 대결은 차기 정권을 전망할 수 있는 여왕벌 싸움이기도 하다. 이 여왕벌 싸움에서 밀렸다는 것도 현실이었다. 상대는 여왕벌이 둘이고 이쪽은 여왕벌의 존재감이 약했다. 특히 호남 대망론에 기대어 호남표가 결집 강도를 높인 것도 수도권 표 쏠림 현상을 뒷받침했다.

심각한 것은 바뀐 정치지형이다. 높은 투표율은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나올 사람 다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영남을 제외하고 미래통합당이 대부분 졌다는 것은 정치적 판의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 선거에서 보수는 50대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진보는 40대 이하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50대까지가 진보의 텃밭이 됐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대학 시절에 경험한 세대가 50대의 중심이 된 것이다. 산업화 경험이 주된 집단 기억인 60대 이상의 고령층 지지만 받는 정당에 미래는 없다. 게다가 지역과 이념에서도 보수는 더 불리해졌다. 비록 이번에 PK(부산·경남)에서 보수가 결집해 이겼지만 표차는 10% 이내인 데가 많다. 대전과 천안 청주 등 충청 대도시 지역과 충청의 영향을 받는 인천에서 완패했다. 강고한 호남 충청 연합 대 취약한 영남 대결 구도는 필패의 지역 포위 구도다. 이념적으로 보수가 교조적 인식에 머물러 강경해질수록 중도가 가까이하기에는 어려워진다.

결국 다음 대선을 바라보려면 혁신의 방향은 분명하다. 노선 체질 문화를 ‘더 젊게, 더 포용적으로, 더 개혁적으로’ 바꿔야 한다. 젊은 여왕벌도 찾아야 한다. 통합 과정에서 이미 합의한 이 혁신을 해야만 5%+α의 벽을 넘을 수 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전 공동선대위원장·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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