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결정 주체를 한국은행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하게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맞는다. 한은법은 금통위에서 한은 통화신용정책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 외에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구성원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고 정책 결정의 민주성도 높이도록 했다. 21일 금통위는 큰 변화를 맞았다. 전체 7명 중 3명이 새로 취임하고 1명은 연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조윤제 위원(전 주미대사), 대표적인 소득주도성장론자인 주상영 위원(건국대 교수) 등이 새로 들어오고 관료 출신 고승범 위원이 연임했다. 훨씬 청와대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과 한은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특히 한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위원이다. 그는 이번 정부가 출범할 때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는 말이 돌았다. 본인도 한은 총재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주미 대사직을 맡겼다. 조 위원은 완강하게 고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 위원이 차기 한은 총재직을 내락받는 조건으로 주미 대사로 나갔다는 말까지 있었다. 문 대통령이 2022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총재 후임으로 조 위원을 임명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한은 총재 예정자가 2년 먼저 금통위원으로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는 앞으로 한은 내부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조 위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큰 무게가 실릴 것임을 시사한다. 조 위원의 영향력이 청와대의 후광에서만 나온다고 보면 오산이다. 그는 1급 경제학자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10년간 근무하면서 거시경제정책, 국제금융 문제를 깊이 다뤘다. 주영·주미 대사도 역임했다.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는 국제통이다. 이 총재가 금통위를 확고하게 장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조 위원이 한은 총재급을 넘어 ‘상왕(上王) 금통위원’이 될 수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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