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격리됐다.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항공기나 자동차 운행도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와 이동 제한 등으로 인류의 사회·경제활동은 멈췄다. 그러자 자연이 살아난다. 온실가스가 줄고 대기 질은 좋아진다. ‘세계의 공장’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의 대도시들에선 이산화질소 배출이 급감해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단다. 인도 북부지역에서는 200㎞ 떨어진 히말라야 설산을 30년 만에 맨눈으로 보게 됐다. 인간의 발길이 끊기자 오염됐던 땅과 물이 회복된다. 도심에 동물과 새들이 더 많이 출현하고 해변에선 멸종위기종이 번식에 나서는 등 생명력이 넘친다.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했던가. 위기의 지구에 숨통이 트인 듯하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호주 대형 산불, 북유럽 폭염, 아프리카 메뚜기떼 창궐 등으로 지구촌은 몸살을 앓았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본다.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수온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상 이변을 초래하는 ‘인도양 쌍극화 현상’을 주목하는 이유다. 기후변화와 바이러스의 상관관계를 풀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이상기후로 서식지가 파괴되면 야생동물들이 인간 거주 지역으로 이동하게 돼 사람들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 중 70%가 야생동물에 의해 생겼다는 것이다. 또 온도, 습도, 강우, 해수면 상승 등이 바이러스 발생 빈도와 전파 속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피해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인류는 멈췄던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지구가 다시 병들 게 뻔하다. 지구 입장에선 자연을 되살리게 해준 코로나19가 치료제다. 탐욕의 인간이 오히려 바이러스나 마찬가지다. 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았다. 지구는 반세기 동안 SOS를 타전해 왔건만 인간은 무심했다. 이제 인류가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기후행동’으로 응답하자.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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