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 단점 중 하나는 급한 성격이다. 의사, 선생, 관리자가 섞인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 성향은 점점 더 심해져 조금만 일정이 어그러져도 어쩔 줄을 모른다. 바쁜 일정 탓을 해보지만 결국 성격이 급하고 미숙해서이리라.

몇 년 전,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 얼굴이 벌겋도록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을 보고 아무리 상대가 어려도 저러지 말아야지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나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얼굴만 벌게지지 않았을 뿐, 생각이 멈추고 표정관리가 안 되어 유치해지는 것은 똑같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 전 경험이나 내가 겪은 일이 그렇게 화를 낼 정도의 것이기보다 사소한 오해나 착각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제삼자의 눈엔 별일 아닌 일에도, 당장 뇌 속 알람이 울리면 이성은 날아가고 동물적 본능만이 킹콩처럼 날뛰었던 것이다. 이 점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겪는 직업이건만, 어느새 까맣게 잊고 펄펄 뛰는 자신을 보면 그만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쉽게 안 바뀌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인간 뇌의 특성이니, 뇌의 겉껍질 뚜껑이 종종 성급히 열리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입장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특성상 그나마 최소한의 실수로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종종 목적 없이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생각을 글로 옮겨본다. 양질의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은 뇌의 겉껍질을 상당히 많이 쓰는 작업이다. 그래서 제 아무리 펄쩍펄쩍 뛰던 일도 누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지웠다 하다 보면 물색없이 날뛰던 킹콩은 다독여지고, 살짝 짜증난 원숭이 수준이 되어 적어도 나를 망가뜨리진 않게 된다. 다만 글을 쓴다는 건 진화학적으로 늦게 발달된 뇌 부위를 쓰는 행위라서 퇴화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겠다. 저마다 가장 맞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내 안의 예의 없는 킹콩을 다스릴 각자의 비법을 찾아 평온의 순간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배승민 의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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