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북한 주석은 1994년 7월 8일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그는 86년 11월에도 사망했었다. 국내 한 언론이 도쿄 소식통을 인용해 “김일성이 암살됐다”고 보도하면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보도 이틀 후 김 주석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몽골 국가원수를 맞이하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타전되면서 ‘세계적 특종’은 ‘세계적 대망신’이 되고 말았다.

김 주석처럼 죽었다 살아난 북한 사람이 여럿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2013년 8월 총살당했다고 보도됐다. 김일성 사망설로 망신당한 그 신문 보도였다. 현 단장의 건재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북한예술단을 이끌고 남한에 내려온 그를 지근거리에서 본 국민도 적잖다. 2016년 2월 여러 신문에 실린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처형 기사는 석 달 후 그가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에 뽑혔다는 노동신문 보도로 허위로 드러났다. 리영길 처형설은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보기관이 의도적으로 흘린 경우다.

북한 관련 기사는 유독 오보가 많다.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현장 및 당사자 취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정부와 학계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휴민트 자산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 행간의 의미를 살펴 정책을 평가하고, 주요 행사 참가자의 사진과 명단을 분석해 북한의 권력 관계와 서열 등을 판단한다. 이를 크렘리놀로지(Kremlinology)라고 하는데 냉전 시대 서방세계가 소련 언론 보도를 통해 소련의 정보를 얻었던 기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CNN 보도로 촉발된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식물인간설’ ‘사망설’ 등 국내와 해외에서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동정 보도를 내보내면서도 실제 모습을 보도하지 않아 가짜뉴스가 더 판을 치고 있다. 지금 세계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놀이에 빠져든 것 같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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