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광희 (17) 톤즈 주민 꿈과 희망 안고 ‘희망의 북소리’ 둥둥둥

‘현지 주민에 실질적 도움 주자’ 목표로 ‘희망고’ 세우고 망고나무 심기 시작

이광희 디자이너가 2010년 8월 ‘희망의 망고나무’ 프로젝트를 위해 찾은 아프리카 동북부 남수단의 톤즈에서 아이를 안고 밝게 웃고 있다.

톤즈를 보며 떠오른 생각, ‘어머니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는 희망고의 시작이 됐다. 희망고의 중심엔 ‘엄마의 마음’이 자리했다.

희망고는 ‘희망의 망고나무’ ‘희망의 북소리’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브랜드 전문가인 남편 홍성태 한양대 교수가 만들어준 이름이다.

희망고를 운영하기 위해 목표도 세웠다. ‘누구도 가기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 작은 힘이지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도와주고 싶은 것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2009년 11월 외교통상부 산하 비영리민간단체인 희망고를 세우고 그리워하던 톤즈 주민들을 만나러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갔다.

그곳에서 예상 밖 광경을 만났다. 1년여 전 사막처럼 황량하고 마른 잡초만 무성했던 들판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기 때 톤즈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소가 먹을 거친 풀은 풍성한데 사람 먹을 채소 한 뿌리 구경할 수 없다는 게 신기했다. 만약 내가 1년 전 건기가 아닌 우기 때 이곳에 왔다면 망고나무를 심어줄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건기에 보내주셨음에 감사했다.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내게 묻는다. 그곳 주민들은 왜 망고나무 심을 생각을 안 했냐고 말이다. 당시 내가 썼던 메모가 답이 될지 모르겠다.

“왜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고 무지하다고 하지. 그냥 그들의 시간은 늦게 가고 있을 뿐인데. 지금 그들의 모습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있었지 않았을까. 먼저 배운 우리가 시행착오 없이 가르쳐 주면 된다. 결국, 우린 하나님의 시간을 모르니까.”

실제 그들의 시간에 망고나무는 없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힘든데 나무를 키워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비가 내리면 땅이 움푹 팰 정도로 억세게 쏟아졌다. 묘목도 폭우를 버티지 못해 다 죽었다. 때로 염소가 뜯어 먹기도 했다.

그들의 시간에 망고나무를 심고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기로 했다. 농사 전문가들에게 물어 비를 피할 수 있는 묘목장부터 만들었다. 씨앗을 심어 묘목을 키우는 방법, 묘목을 심기 전 땅을 파서 소와 염소의 배설물로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도 교육시켰다. 30㎝ 정도 되는 묘목을 심은 뒤엔 가축들이 해치지 않도록 대나무 울타리를 치는 법도 가르쳤다.

그렇게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해 지금까지 4만여 그루를 심었다. 1992년부터 열었던 자선쇼는 ‘희망의 망고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더 크게, 더 자주 열었다. 15달러 정도의 망고나무 한 그루로 한 어린 생명이 평생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어렸을 적 할머니랑 같이 불렀던 찬송가 233장(새찬송가 242장)이 시나브로 떠오르곤 했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피는 것을 볼 때에, 구속함의 노래 부르며 거룩한 길 다니리. 거기 거룩한 그 길에 검은 구름 없으니, 낮과 같이 맑고 밝은 거룩한 길 다니리.”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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