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도청 소재지이지만 인구 65만명의 중소도시. 그러나 전주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돋보인 도시가 됐다. 지자체들의 지자체, 지자체들의 ‘핵인싸’라 불린다. 전주시는 지난 석달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앞선 행정을 잇따라 펼쳐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주가 내놓은 시책은 연달아 홈런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칭찬과 감사의 뜻을 전하자 전국 지자체의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전주시의 상생실험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취약계층 긴급 지원과 지역내 소비촉진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가 신종 코로나감염증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 전주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상생 선언. 전주시 제공

시작은 ‘착한 임대운동’이었다. 전주시는 지난 2월12일 한옥마을내 건물주들의 상생선언을 이끌어냈다.건물주 14명은 임대료를 3개월 이상 10% 이상씩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관광객이 크게 줄며 가게 주인들의 시름이 커 가던 시기였다.

며칠 뒤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전주시와 시민들께 박수를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수많은 지역에서 건물주들이 같이 손을 들었다. 정부는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27일 현재 전주에서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한 임대인은 406명, 점포는 866곳에 이른다.

지난 3일 전북은행 본점에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선불카드를 받고 있는 시민들. 전주시 제공

두 번째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이었다. 경제 위기가 커지며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담론이 영글고 있을 때 전주시가 맨 먼저 공을 쏘아 올렸다. 김승수 시장은 지난 달 13일 실직자와 비정규직 등 5만명에게 5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회 의결을 거쳐 52만7000원을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가 1차로 3만2000여명에 전해지고 있다.

정부나 다른 지자체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발 빠르게 용기를 낸 도전이었다. 체크카드 형태로 3개월 안에 전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은 기준점이 됐다. 뒤이어 경기도와 경남도 서울시를 비롯 전국 50여곳의 지자체가 이 물결에 올라탔거나 준비중이다.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 모습. 전주시 제공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은 3연타석 홈런이었다. 전주시는 지난 21일 고용 유관기관, 기업, 노조 등 노·사·민·정 대표들이 팔복예술공장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대량해고 사태를 막아내고, 지역사회 붕괴를 차단하기 위한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을 했다.

참석자들은 “기업과 근로자, 지역 구성원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고통을 분담한다면 사회의 혈맥이자 시민의 생명인 일자리를 지켜내고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결의했다. 전주시는 ‘위기 극복 비상대책본부’를 통해 안정된 고용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2일 페이스북 캡처 사진. “전주의 ‘착한 임대료 운동’처럼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일자리 지키기가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실천”이라며 “선언에 함께한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연이은 전주시의 선제적 대응은 국내외 경제 위기속 사회가치창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다소 기대치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지속 가능성 여부도 과제로 남아 있지만 전주시가 먼저 내걸은 깃발은 찬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7일 인터뷰 도중 ‘착한 임대 운동’과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승수 전주시장
“지금 우리의 정책 목표는 시민의 생존… 여기에 집중해 예산 지원”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처음이라 관심은 있겠다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김승수(50) 전북 전주시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국가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석달 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국 220여명의 기초 단체장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그가 제일 먼저 쏘아올린 ‘착한 임대운동’과 ‘재난기본소득’ ‘해고 없는 도시’ 등의 시책은 코로나19 극복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뷰가 있던 이날 김 시장의 스케줄은 너무도 많았다. 중앙지 논설위원의 취재에 응하고 CBS 전북방송에 출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시장은 연이은 조명에 대해 “마음의 부담이 크다”며 “언론에 나오든 안 나오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 된다는 부담이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단체장들에게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시책을 낼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이나 한 듯이 칭찬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질문하자 그는 “쑥스럽고 감사하죠”라며 웃었다. 이어 “이번 일들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르구나. 서로 보완재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 모든 산업의 축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은 중소기업들이 감원을 하는 사례가 없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자는 뜻입니다.”

김 시장은 “경영안정자금으로 500억원 정도를 상징적 숫자인 0.1%의 이자만 받고 빌려줄 계획”이라며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비교해 작은 기업들에서 어느 정도 작동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김 시장은 6개월분의 고용유지지원금과 고용보험료 지원은 물론 지방세와 상수도 요금도 면제해 주며 제조업 뿐 아니라 중견 병원 등도 동참토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전주가 첫 방아쇠를 당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원금을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어디에 썼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목표인 5만명을 채우지 못해 연장 모집에 들어간 것에 대해 김 시장은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가 안 해 본 일을 하다 보니 생긴 일부 혼선”이라며 “이마저도 시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정책목표는 시민들의 생존입니다. 이에 집중해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3개월을 살아야 6개월을 살고, 6개월을 살아야 1년을 살 수 있다”며 “모든 것을 무릅쓰고 빚을 내더라도 공공기관이 빚을 내서 시민 생존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위기경제’와 ‘위기복지’ 극복에 힘썼다면 앞으로는 시민들의 ‘마음치유’에 신경을 쓸 것입니다.”

김 시장은 “시민들에게 우울감이 어떤 형태로든 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를 치료하기 위해 상담사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시민 콜센터 등을 통해서 총체적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말을 이었다.

“전염병이라는 보건 위기는 철저한 방역으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위기와 삶의 위기를 이겨내야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김 시장은 “돈 문제가 중요 변수지만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공동체회복을 통해서만 이 어려움을 본질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며 “서로 배려하고 위로하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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