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교 방식에서도 혁신적 아이디어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으며 세계적 경제공황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삼성전자가 1·4분기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매년 몇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삼성전자의 모태는 설탕을 만드는 제일제당이었다. 만일 설탕 만드는 일에 지금까지 매진했다면 삼성은 어떻게 됐을까. 겨우 명맥을 유지하거나 설탕 소비 감소와 고임금 물결에 밀려 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혁신 노력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 설탕과 반도체 사이에는 혁신적 사고가 존재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 사고는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점차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전통적 영역마다 새로운 해결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SI)이라 부른다. 기업이나 정부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SI를 주요 교육 방향으로 수립하는 등 관심이 높다.

SI 담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연결과 파트너십’이다. 이는 혁신이 다양한 주체 간의 연결, 협력, 협업에 의해 이뤄진다는 논리에 기초한 것이다.

오늘날 SI 분야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로 알려진 마이클 영에 이어 영국 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주도해 온 제프 멀건은 혁신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을 ‘벌’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나 조직, 자본을 가진 기업, 큰 규모의 NGO를 ‘나무’에 비유했다. 혁신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가진 벌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을 피워내는 것으로 혁신을 설명한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혁신에는 혁신적 사고를 하는 이와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돕는 지원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혁신 생태계는 기업이나 정부, 대학에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이 세상 역사 자체가 혁신의 역사요, 혁신가들에 이뤄진 역사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현재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가졌다. 그 의문과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시도했다. 그들은 혁신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그들에 의해 발전해온 이 땅의 역사는 혁신의 역사다.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 선교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로 대표되는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은 선교 1세기 만에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는 선교 강국이 됐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선교의 형편이 달라지고 있다. 선교사 수가 줄어들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나 단체의 역량과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선교지 문화와 경제적 변화,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선교사 자질 문제 등도 선교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선교 사역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선교와 더불어 한국 근대 의료의 혁신적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 올리버 에비슨 선교사다. 그는 의료 선교사로 조선에 들어와 제중원에서 선교사역을 하던 중 규모 있는 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깨닫고 철강회사 사장인 세브란스의 기부에 힘입어 한국에 근대식 병원을 설립했다.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모임에서 눈물로 호소한 그의 간청에 세브란스 사장이 화답한 결과였다. 에비슨 선교사가 병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세브란스병원은 한국 의료에 혁신적 발전을 이뤘다.

조선의 의료 현실에 대한 에비슨 선교사의 문제의식과 아이디어, 이를 가능케 한 세브란스라는 자본과의 만남이 한국 의료 선교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제프 멀건이 주장한, 벌과 나무의 관계가 선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은 근원을 바꾸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혁신은 원래의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 혁신의 목적이 여전히 이윤 추구이듯 선교 혁신의 목적 역시 변함없이 선명한 복음 전파다. 그러나 복음 전파라는 원래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반복해 온 ‘선교사와 후원교회’라는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적 선교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우선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벌 같은 선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 벌의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나무들을 발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벌이 없이 나무가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나무 없이 벌이 꿀을 만들 수 없다. 선교라는 공통 사역을 실제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는 반드시 벌과 나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옛것에 안주해 혁신을 지체한다면 달라진 세상을 우습게 본 ‘노키아’나 ‘후지필름’처럼 될 가능성이 한국 선교에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복음 전파라는 예수의 명령은 시대와 환경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방식에는 날마다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선교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윤수진 서울여대 SI교육센터 전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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