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에 ‘키다리 아저씨’가 찾아왔다

코로나로 힘든 세상에 빛이 된 사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목회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억여원의 월세를 미자립교회에 지원하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했다. 국가에서 받은 특별재난지원금을 교회에 기부하는 이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목회하는 A목사는 최근 지역 내 미자립교회 25곳과 다른 지역 미자립교회 21곳 등 46곳에 월세 1억원을 지원했다. 지역 내 교회는 같은 지역에서 목회하며 동네 사정에 밝은 B목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B목사는 지난 6일 익명으로 교회를 돕고 싶다는 A목사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꾼을 자처했다. 그는 주변에서 어려운 교회들을 추천받아 직접 방문하는 등 조사를 통해 25개 교회를 선정했다. A목사는 지난 12일 부활주일에 이들 교회에 5100만원의 헌금을 보냈다.

선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목사는 같은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미자립교회 21곳을 추가로 알아본 후 역시 익명으로 5000여만원을 보냈다.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1억원 넘는 금액을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선뜻 내놓은 것이다. 월세 지원을 받고 B목사를 통해 감사 인사를 보내온 교회 중 열악한 교회엔 추가로 헌금을 전했다.

그의 선행은 힘들어하던 미자립교회에 한 줄기 빛이 됐다. 적어도 한 달 이상 월세가 밀려 있는 막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교회 목회자는 직접 일해 번 돈으로 노숙인을 섬기고 있었는데, 월세도 밀린 상태에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까지 한 상황에서 지원을 받았다. 자녀가 장애인이라 늘 어려운 데다 월세가 2개월 이상 밀린 교회도 있었다.

B목사는 “익명으로 교회를 지원하는 모습이 전해진다면 많은 성도와 목회자들이 위로와 도전을 받을 것 같아 이야기를 전하게 됐다”며 “교회가 교회를 도움으로써 서로 하나가 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교회가 많아져, 교회의 참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 징검다리교회 유인환 목사는 지난 23일 저녁, 고등학교 친구인 C씨가 교회 앞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가보니 C씨의 차엔 20㎏짜리 쌀 7포대가 실려 있었다. 친구는 쌀을 유 목사에게 전달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유 목사는 “경기도 안성에 사는 친구로 경기도와 안성시로부터 특별재난지원금 35만원을 받았는데 자신이 쓰면 안 될 것 같아 동네 정미소에서 도정을 막 끝낸 쌀로 바꿨다고 했다”며 “쌀은 교회 주변 다문화가정과 병든 어르신 가정 등에 골고루 전달했다”고 말했다.

징검다리교회는 매주 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섬겨 왔다.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한 C씨는 평소 유 목사와 교회의 선행을 듣고 있다가 이번에 자신이 받은 재난지원금을 선뜻 내놓았다. 유 목사는 “친구는 대리운전을 하며 혼자 산다. 자신의 전부를 드린 과부의 두 렙돈처럼 그는 모든 것을 드렸다”고 말했다.

양한주 신상목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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