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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포노 사피엔스

이흥우 논설위원


버스 정류장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서도 ‘스마트폰질’은 계속된다. 거리엔 스몸비가 지천이고, 앞사람과 대화하면서도 눈은 스마트폰을 향하는 풍경은 일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현대인은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됐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을 온라인 상태로 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종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탄생이다. 이 말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스마트폰을 인간의 학명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부른 데서 유래했다.

스마트폰은 또 다른 나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거기엔 나도 모르는 나에 관한 모든 게 들어 있다. 그래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고치면 핸드폰 뺏기면 절대 안돼”라고 했다가 야유를 들었다. 현대인은 일상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분리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적잖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2018년 기준·퓨리서치 조사)로 조사 대상 27개국 가운데 1위다. 2위 이스라엘(88%), 3위 네덜란드(87%)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글을 모르는 영유아를 뺀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 하나쯤 갖고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해마다 증가해 2017년 기준 하루 1시간43분에 이른다. 중·고생의 경우 2시간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다(울산의대 오미경 교수팀).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덩달아 증가해 속을 끓이는 가정이 숱하다. 집집마다 스마트폰을 뺏으려는 부모와 감추려는 학생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오미경 교수팀 조사 결과 중학생의 경우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이거나 중독 성향을 보였다. 코로나 사태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 놀라고도 할 수 없으니 부모로선 진퇴양난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인 게 스마트폰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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