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고맙습니다”… 日 한인 선교사교회 앞에 줄지어 선 일본인들

교토 이즈미교회 마스크 7000장 나눔… 의료진과 지역 교회에도 전달 계획

교토 야마시나구 주민들이 지난 28일 이즈미교회 앞에 줄을 서서 교회가 준비한 마스크를 받아가고 있다. 이즈미교회 제공

“교회 앞에 200명 넘는 일본인이 줄지어 섰고 한 사람씩 고개를 숙이며 성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일본 사역 12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이충규 교토 이즈미교회 선교사에게 28일은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이날 오전 9시, 전에 없던 풍경이 교회 앞에 펼쳐졌다. 일본인 주민 50여명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줄을 선 것이다. 교회 정문에는 마스크 사진이 인쇄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오전 10시에 1인당 10장씩 마스크를 드립니다.’ 주민들의 걸음을 교회로 모이게 한 문구가 사진 아래에 적혀 있었다.

지난 7일 긴급사태 선언 이후에도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꾸준히 늘었다. 29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1만5000명에 육박한다. 인근 슈퍼마켓은 물론 인터넷으로도 마스크를 구입하기 힘들어지자 이 선교사는 성도들을 도울 수 없을지 고민하다 매년 교토로 단기선교를 오던 홍콩 심수웨이보교회(탁훙쿡 목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얼마 후 홍콩에서 마스크 7000장이 도착했다. 홍콩 교회 4곳이 힘을 모은 것이다. 이 선교사는 지난 24일 성도들과 함께 마스크를 10장씩 나눠 담은 봉투를 들고 교회 주변 주택가로 나섰다. 작고 지어진 지 오래된 가옥부터 초인종을 눌렀다. 동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집들이었다.

이 선교사는 “일본인들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받기를 싫어하고 낯을 가리는 성향이 있다”면서 “대면 접촉이 위축된 코로나19 상황에선 고령의 일본인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이 선교사를 경계하던 주민들도 진심 어린 위로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몸이 불편한 어느 할머니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재봉틀로 엉성하게 만들어 얼굴에 걸치고 있었는데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동네를 돌며 60가정에 마스크를 전하고 돌아오는데 골목에 나온 주민들이 교회를 칭찬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뭉클했습니다.”

그날로 교회에 ‘무료 마스크 나눔’ 포스터를 부착했고 이튿날 100여명이 교회를 찾아왔다. 입소문을 타고 주민들이 몰린 28일엔 15분 만에 준비한 마스크가 동이 났다. 이 선교사는 “일본 내 기독교는 아직도 소수 종교에 불과하지만, 위기 가운데 손을 내밀어줌으로써 복음의 문을 열 기회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홍콩교회가 보내 주는 사랑은 일본교회를 통해 계속 흘러갈 예정이다. 이 선교사는 “홍콩교회가 추가로 보낸 마스크 3000장이 곧 도착할 것”이라며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들과 지역 내 교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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