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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건강 경호’ 절실한 김정은

손병호 논설위원


최고 지도자의 몸 상태 따라 국력과 국가 이미지 좌우돼
金위원장도 국제 위상 감안해 건강하고 절제된 모습 보여야
美 백악관처럼 北 참모진도 金 건강 문제 적극 개입 필요


국가정보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기 의원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 가능성을 0.0001% 이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만간 ‘짠’ 하고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그렇게 보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나타나도 세계의 많은 이들은 더 이상 그의 등장을 예전처럼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짠’ 하고 등장해도 오히려 어디 아픈 데가 있는 건 아닌지 짠하게 바라볼지 모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 특사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꺼냈던, 당시로선 매우 무례했을 법한, 금연 권고 발언이 요즘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때가 없다. 당시 만찬 자리에서 정 실장은 ‘위원장님은 앞으로 큰일을 많이 하셔야 하니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끊으셔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좌중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으나 다행히 리설주 여사가 ‘맞습니다, 끊으셔야 하는데 안 끊습니다’라고 수습해 어색한 상황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정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하루에 담배를 2갑 가까이 피우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도 골초였지만 김 위원장이 아버지보다 더 많이 피운다고 한다.

주량도 만만찮다. 청와대에 따르면 2년 전 4·27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 김 위원장은 도수가 40도인 ‘문배술’과 18도인 ‘두견주’를 매번 원샷으로 마셨다. 우리 쪽 인사들이 술을 따라주면 거의 거절하지 않고 받아 마셨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와인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비만 상태인 김 위원장의 체형도 문제다. 2015년에 국정원은 사진 판독으로 김 위원장의 몸무게를 130㎏로 추정했다. 2012년 초 집권 초반기 사진과 비교했더니 3년 만에 30~40㎏이 더 불어 있었다. 어린 지도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는 분석도 있지만, 권력 이양기에 암살 가능성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폭음과 폭식을 하느라 살이 불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당시보다 5㎏ 정도 더 쪘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의 몸 상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건강 경호’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배든 술이든 체중이든 김 위원장 주변인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의 금연 권고 발언 당시에도 만찬에 배석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가’ 하는 표정으로 기겁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 언론이 보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의 체중 관리를 위해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대통령이 술, 담배는 안 하지만 햄버거와 육류, 단 음식을 지나치게 좋아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즐기는 음식에 몰래 야채를 썰어 넣어 요리하고, 아이스크림 같은 단 식품이 손에 닿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육류 대신 생선을 억지로 먹게 할 때도 있다. 잭슨 박사는 대통령 집무실에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게 목표였는데 실패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활력 넘치는 몸 상태와 보기 좋은 체형은 그 자체로 권력이 온전하다는 걸 드러낸다. 대외적으로도 강한 국력이나 외교적 협상력, 국가 이미지와 연관되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걸핏하면 웃통을 벗고 건강미를 자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입원하자 유럽 전체가 술렁거린 것처럼 최고지도자의 병약한 모습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존슨이 퇴원해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이 온전한 상태로 복귀하더라도 앞으로는 건강에 더 유의하길 바란다. 그게 북한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대내외 위상을 감안해서도 최고지도자가 술과 담배를 너무 많이 하고, 고도비만이어서 자주 희화화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지도자의 대외적 이미지를 번듯하게 세우는 게 어쩌면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정상 국가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김 위원장 본인부터 몸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겠고, 주변 사람들도 건강 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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