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지난 달 22일 푸드유튜버 마지와 함께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요리하는 ‘라이브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00일이 넘은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다. 집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홈트레이닝, 홈퍼니싱을 하는 등 혼자 일상을 영위하는 데에 지친 사람들이 이제는 ‘몸은 떨어진 채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고 있다. 최근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게임 속에서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연결돼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최근 ‘바이러스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온택트’(Ontact)를 제시했다. 주문·결제 등 한정적 영역에서만 이뤄지던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연결(on)’의 의미를 더한 ‘온택트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물리적 거리두기는 유지하면서 서로 간 연결과 소통을 지속하는 다양한 방식이 펼쳐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수진 이노션 데이터커맨드 팀장은 3일 “앞으로 열릴 온택트 시대에는 모빌리티, 온라인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모든 연령층이 디지털의 영역에서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을 영위하는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성향을 따라 언택트 서비스를 늘려가던 유통업계는 코로나19를 만난 뒤 그 범위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발길을 끊고 지갑을 닫아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두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온택트 시스템 및 이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2일 ‘우리 가족을 위한 홈레스토랑’을 주제로 첫 ‘라이브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유명 푸드유튜버 ‘마지’와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버섯 크림소스 함박 스테이크’와 ‘꼬마 돈까스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당시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던 소비자들은 “혼자서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면서 요리를 하니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오프라인으로는 18명만 참여할 수 있는데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니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 소통도 할 수 있어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런 이벤트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4일에도 ‘온라인 쿠킹클래스’를 다시 한번 진행할 예정이다.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가 4월 수요일마다 호텔 스위트룸 등에서 생중계한 신진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 모습. 레스케이프 호텔 제공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집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랜선호캉스’ 이벤트를 선보였다. 레스케이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호텔 속 가장 보고 싶은 공간을 접수받아 해당 공간 구석구석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최고급 스위트룸인 레스케이프(L’escape) 스위트룸 내부, 라이브러리, 레스토랑, 바 혹은 코너스위트에서 바라보는 전경 등을 보여주며 랜선호캉스에 놀러온 고객들과 소통해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도 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호텔 내부를 구경하며 대리만족할 수 있고 가보지 못한 객실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어서 고객들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강하게 입었던 백화점들은 ‘라이브커머스’를 새로운 판매 채널로 안착시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맞춰 시작한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커지는 온택트 수요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이라는 판단이다.

백화점들 중 가장 먼저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AK플라자는 ‘참신하고 진솔하게’를 콘셉트로 잡고 브랜드 매니저들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색이 너무 튄다’는 등의 가감 없는 반응과 ‘매니저님이 너무 예쁘다’는 등의 스몰토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롯데백화점은 라이브커머스 채널 ‘100Live(빽라이브)’를 하루에 1회씩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네이버와 협업해 롯데아울렛 파주점에서 진행한 ‘아디다스 창고 털기’는 4만6000명이 시청해 2억4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라이브 시청자 중 한 명이 인플루언서에게 “춤을 춰달라”는 댓글을 달자 인플루언서가 춤을 추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방송이 이뤄져 소비자들 반응이 더 좋았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 특성상 사람들이 꼭 물건을 사지는 않더라도 방송을 보며 즐거워하는 듯하다”며 “소비자들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새로운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매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백화점윈도 라이브’에서 영패션 브랜드 ‘지컷’을 소개하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조금은 늦게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현대백화점은 매주 수요일 저녁 9시마다 진행 중인 ‘백화점윈도 라이브’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 번 방송을 하면 4만여명이 접속하는 등 소비자들 반응이 좋고 매출도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온택트 이벤트를 시도하면서 지난달 25일에는 무관중 패션쇼인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도 진행했다. 이때도 5000여명이 실시간으로 패션쇼를 시청해 온택트 이벤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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