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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치유의 시간, ‘Fix You’

정건희 미션영상부 기자


우리 단지 길냥이 까망이가 새끼를 낳았다. 한동안 안 보인다 싶더니 퇴근길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환대하며 “애옹”거리는 폼이 좀 유별나긴 했다. 사료와 물을 챙겨 내려오자 늘 밥 주던 곳으로 신나서 앞장서서 달려놓고선 막상 먹이를 놓아주니 쭈뼛대기만 한다. “편하게 먹어.” 몇 걸음 물러나자 그제서야 차 밑에서 까맣고 조그만 털뭉치 새끼 둘이 아장아장 모습을 드러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분위기를 살피더니 떡하니 밥그릇을 차지하고들 앉았다.

“아! 너희 때문이구나.” 엄마는 아가들이 오도독거리며 먹는 식사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캣대디는 또 그런 그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본다. 온전한 치유의 시간이다. 보통 한 번에 네댓 마리씩 낳던데 막판 꽃샘추위에 다른 아가들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까. 그래도 ‘투 플러스 원(2+1)’으로 돌아와 준 이들 세 식구 덕분에 한동안 퇴근길은 두 배로 설렐 것 같다.

지난한 코로나 시국에도 새 생명을 품은 봄이 짙어가며 어느덧 초여름의 목전에 섰다. 한 해 중 가장 화창한 시절, 소중한 이들과 행복을 나누는 ‘가정의 달’에야 망가진 우리네 일상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과 2일 지역발생 ‘0명’을 기록하는 등 일주일 가까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미국이 확진자만 100만명을 돌파하고, 유럽과 남미 각국도 매일 수천명씩 감염자가 쏟아지는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안정세다.

안심하긴 여전히 이르다. 황금연휴 절정인 3일 0시 기준, 하루 사이 다시 나타난 지역사회 감염자 3명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휴로 인한 대규모 이동과 운집으로 불명확한 감염원이 사태를 다시 악화시키지 않을지, 방심하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연휴 중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원과 쇼핑센터, 휴양지 등에 모습을 드러낸 대규모 인파에 대한 비판으로 요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오랜 시간 질서정연하게 사회적 격리를 감내한 국민들이 모처럼의 연휴에 가족과 함께하는 잠깐의 행락조차 민폐라 질타하긴 미안한 일이다. 공식적인 종식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정부의 몫이고, 여전히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각심을 되새기는 건 언론의 역할이겠지만 말이다. 글로벌 코로나 유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기에 장기전을 바라보고 잠시 쉼표를 찍었다고 여기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전 국민이 동참해 K방역의 근간을 지탱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휴가 끝나더라도 공식적으로 좀더 연장해 다소 느슨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가정의 달, 5월까지만이라도 좀더 안정적 종식 국면이 도래할 때까지 가정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자발적 격리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영국 출신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3집 수록곡 ‘Fix You’는 보컬 크리스 마틴이 부친상으로 실의에 빠진 전 부인 귀네스 팰트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진실한 위로가 담겨 이른바 ‘치유송(song)’의 대명사가 된 노래 가사처럼 우린 사랑하는 서로의 힘으로 아픔도 고난도 치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최선을 다했지만 닿지 못했을 때)/ …When you feel so tired but you can't sleep Stuck in reverse(너무 지쳤는데 잠도 오지 않고 모든 게 엉망진창일 때)/ …Lights will guide you home(불빛이 너를 집으로 인도하고)/ And ignite your bones(따스하게 감싸안아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내가 널 낫게 해줄게).

정건희 미션영상부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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