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경제(zombie economy)’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 등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했지만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고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모든 정책이 무력화됐던 일본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좀비 경제는 좀비기업이 있기에 가능하다.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기업이 좀비기업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를 묘사하기 위해 이들 용어가 사용되는 일이 늘고 있다. 스페인 경제학자인 루이스 가리카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경제적 의미에서 죽은 것은 아니지만 산 것도 아닌 좀비 회복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으로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아닌 경계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FT는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좀비 경제가 앞으로 몇 개월간 서구의 주요한 특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좀비 경제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 특징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과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좀비기업의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이 대표적이다. 그는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까지 사들이겠다는 연준의 약속에 따라 투자 결정과 자본 배분이 기업 펀더멘털이 아니라 정부 지원 규모와 연준 정책에 좌우되는 시장의 좀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기업 5곳 가운데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런 기업의 사정은 더욱 악화했을 것이다. 당분간은 고용 유지 원칙이 맞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잠재력이 큰 기업과 한계기업의 옥석을 가리거나 선별적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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