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병원에 계셨던 아버지를 뵈러 갔었다. 당시 호스피스 병동에 계셨던 아버지는 말은 다 알아들었지만 기력이 없어 말씀을 거의 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아하실 거라 생각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어린 시절 가족들 이야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머니의 어릴 적 꿈은 간호사였다. 청소년 시기에 성당에 다니면서 신부님께 영향을 받아 생긴 꿈이었다고 한다. 나이팅게일의 전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후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 깊어졌다. 엄마는 간호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60대까지 양로원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노인들을 돌보는 활동을 했다.

아버지의 어릴 적 꿈은 군 장교였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고 싶어서 입학시험을 봤는데 신체검사에서 떨어져 많이 속상해했다고 한다. 그날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제일 놀랐던 점은 부모님의 삶에 대해 그동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고, 들려주신 적이 있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었다.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한 개인으로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드신 후 어머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셨다. 마침내 몇 년 전에 독립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당시 78세였던 엄마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에 최고령이었다.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배우 오디션을 보러 가서 통과해 출연의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심리상담사 역할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상처를 다독여주는 역할이었다. 가족 밴드에 공유한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며 할머니가 출연한 영화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더 신기해했다. 이번에 아이들과 내려가서는 엄마의 다른 꿈 이야기도 여쭤보리라 다짐해 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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