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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품은 백화산 자락 ‘여덟 여울’

상주·영동 잇는 ‘구수천 팔탄길’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서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로 흐르는 구수천 옛길의 출렁다리 주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물길은 출렁다리 아래 여울을 지나 난가벽으로 흐르고 있다.

경북 상주시와 충북 영동군의 경계에 백화산(白華山·933m)이 있다. 고려 때 몽골군의 원혼이 서린 저승골 등 사연 많은 이야기를 품었다. 백화산을 끼고 구수천(龜水川)이 흐른다. 상주에서 발원해 영동을 지나 금강의 지류인 초강으로 접어드는 석천(石川) 가운데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 옥동서원(玉洞書院)에서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반야사까지 물길이다. 이 구간에서 물은 산허리를 따라 맴돌고 휘돌아나가며 팔탄(八灘·여덟 여울)을 만들었다. 기암괴석과 암벽이 즐비하며 울창한 숲과 옥류가 어우러져 청량감을 선사한다.

백화산 정상 한성봉 인근 바위 위에서 굽어본 구수천. 왼쪽이 수봉리, 오른쪽이 반야사다. 가운데 저승골 아래 임천석대가 있다.

먼저 백화산을 오른다. 수봉리에서 오르면 용추폭포를 지나 금돌산성(今突山城)에 닿는다. 신라 때 김흠이 쌓았다고 전하는 석성이다. 전체 길이는 20㎞로, 높이 4m, 너비 3.6m 규모다. 현재 일부분이 복원돼 있다. 백화산성, 상주산성, 보문성, 금돌성이라고도 한다. 낙동강과 금강을 양편으로 거느린 지역적 특수성과 높고 험한 산세에 덕분에 백제와 끊임없이 대치하던 신라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성곽 내부에는 대궐터가 있다. 660년 태종무열왕이 황산벌에서 백제와 마지막 일전을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김유신을 배웅하던 지휘소였다고 한다.

금돌산성은 1254년 10월 몽골군의 6차 침입 당시 민간인과 승병이 힘을 합쳐 자랄타이(車羅大)의 대군을 격퇴했다. 몽골군이 물러나며 ‘한을 남긴 성과 봉우리’란 의미를 담아 백화산 정상에는 한성봉(恨城峰)이란 이름이 붙었다. 인근 방성재는 몽골군이 방성통곡하며 퇴각했다는 곳이다.

위부터 복원된 금돌산성과 임천석대.

‘저승골’도 당시 얘기를 전한다. 수많은 몽골군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저승골의 물이 흘러드는 곳이 구수천이다. 하천을 따라 모동면에서 황간면으로 넘어가던 옛길이 있다. 상주시가 이 길의 상주 구간인 반야사 옛터까지 길을 다듬어 ‘백화산 호국의 길’(천년 옛길)을 만들었다. 이어 영동군이 반야사~월류봉 광장 구간에 월류봉 둘레길을 조성해 두 길이 연결되며 ‘구수천 팔탄길’이 됐다. 물살이 거칠게 흐르는 여울에 내려가며 일탄부터 팔탄까지 이름을 붙였다. 곳곳에서 백화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옥동서원이 출발점이다. 황희 정승 등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문루인 청월루와 강당인 온휘당, 사당인 경덕사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학생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없다. 대신 청월루 위에 ‘세밀하게 공부하라’는 뜻의 진밀료와 ‘온유함을 윤택하게 가져라’는 의미의 윤택료를 두어 학생들이 묵을 수 있게 했다.

호국의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백옥정(白玉亭)·세심석(洗心石)을 지나 가는 길과 구수천을 건너 방문객지원센터를 거쳐 내려가는 길이다. 백옥정에 올라서면 상류 방향으로 너른 들판이 보이고 하류 방향으로 백화산 등의 가파른 산줄기가 겹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심석은 1716년 선비 이재가 황익재를 찾았다가 이곳에 같이 들러 ‘세속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낸다’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성인 남성 스무명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너른 바위다.

세심석을 지나면 구수천 옆으로 나무데크와 시원한 그늘 숲길이 2㎞가량 이어진다. 맞은편으로도 길이 이어져 출렁다리에서 만난다. 80m 길이의 현수교다. 멀리 난가벽(欄柯壁)이 보인다. 난가벽은 병풍처럼 이어진 벼랑이다. 구수천 팔탄길 중 돋보이는 경치다. 이어 구수정 앞 임천석대에는 고려말 악공 임천석의 충절이 서려 있다. 임천석은 북과 거문고를 잘 켰다. 고려가 망하자 이곳으로 들어와 높은 절벽 위에 대(臺)를 만들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불사이군의 충절을 지켰다.

돌다리를 건너 영천을 지나면 너덜겅이다. 백화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돌무더기가 반야사 쪽에서 보면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 같다고 해서 ‘반야사 호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너덜겅에서 10분쯤 더 가면 반야사에 이른다. 전체 거리 6.6㎞ 정도로, 2시간 30분~3시간 걸리는 길이다.

여행메모

자가용 옥동서원 앞 무료주차장 이용
다슬기 듬뿍 들어간 ‘올뱅이국밥’ 구수


진밀료(왼쪽)와 윤택료를 갖춘 옥동서원 청월루.

자가용으로 간다면 모동면 수봉리 옥동서원을 찾아가면 된다. 서원 앞과 수봉리 등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은 다소 불편하다. 수봉리는 상주버스터미널에서 30㎞ 이상 떨어진 상주시의 서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시내버스 운행 시간이 긴 데다 운행 편수도 많지 않다. 열차나 고속도로로 접근하기 쉬운 영동군 황간면이 10㎞ 정도로 더 가깝다. 황간에서는 택시를 이용해 수봉재를 넘어 옥동서원까지 가야 한다. 출발점이나 도착점에 마땅한 식당이나 가게가 없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좋다.

황간의 먹거리로 ‘올뱅이국밥’이 유명하다. 된장을 풀어 구수하고 시원하면서 얼큰한 국물에 올뱅이(다슬기의 사투리)와 시래기, 수제비를 듬뿍 넣어 내놓는다. 식성에 따라 잘게 썬 고추를 넣어도 된다.

한성봉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주행봉(舟行峰·874m)이 보인다. 방성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험난한 바위로 이어진다. 중간에 임천석대 방향으로 가면 저승골이다.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데다 너덜겅 길이어서 들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반야사 문수전에서 보는 풍광이 좋다.





상주·영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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