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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의 포교 수법] “전도 안 하면 염소… 죽어도 듣기 싫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10년 동안 있다가 탈퇴한 김수민(가명·37)씨가 직접 겪은 일을 3인칭 시점으로 정리해봤다. 신천지의 민낯을 세밀히 파악할 수 있다. 연도, 지파 등 구체적인 내용은 수민씨의 가족들이 아직 신천지에 남아 있는 관계로 밝히지 못했다.

2000년대의 어느 겨울이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추운 그날보다 더 차가웠다. “수민아, 신천지로 와서 말씀 들어야 산다. 지금 학교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시의 시대가 열렸는데 지금 이 말씀을 듣지 않고 거부하면 지옥밖에 없다.”

수민씨는 순종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엄마의 말을 듣고 자기 발로 신학원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대에 신천지 교리를 듣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에 간다니 두려웠다. 그의 엄마는 신천지를 만난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와 달리 수민씨는 신천지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2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빠와 여동생도 곧 신천지에 빠졌다. 온 가족이 신천지에 매료됐지만, 수민씨는 신천지 교리가 믿어지지 않았다. 괴로워 도피 생활도 했다. 습관은 무서웠다. ‘모태신앙인’이라 어딜 가든 주일 성수는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정통교회는 다닐 수 없는 상태였다. 이곳저곳 도피 생활을 하는 곳에서조차 결국은 신천지 지파 집회에 출석했다. 기계처럼 재수강을 하다가 한 강사를 만나면서 수민씨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머릿속에서만 겉돌던 신천지 교리가 재조합되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신천지 교리를 되풀이해 배운 지 3년째 접어들 때였다.

‘새 언약의 사자, 약속의 목자를 붙들고 이 시대를 달려 역사를 이뤄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비로소 움텄다. 이때부터 수민씨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청년 구역장부터 시작해, 부서 전도팀장, 전도 교육 교관, 교회 전도대, 총회 사무실 직원, 센터 전도사까지 20대 수민씨의 청춘은 신천지에 송두리째 바쳐졌다. 대학생일 때는 아침에 일어난 시간부터 밤에 잠잔 시간까지 일정표를 짜서 구역장에게 제출했다. 1인 4~5역의 생활을 했다. 지파 시설에 상주했고 직장이 끝나면 바로 복음방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빵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수민씨는 스스로 정신무장을 철저히 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잃은 이때, 이 땅 사회 곳곳에 들어가 독립투사가 투쟁하듯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투사라고 스스로 마음을 고쳐 잡았다. 수민씨는 강사들이 전하는 “너희도 독립투사들처럼 살아라. 밥 못 먹고 풀뿌리만 먹더라도 말씀 전하라. 이만희 선생도 청도로 낙향하셨다가 과천으로 올라오셨을 때 돈이 없었다. 당시 풀뿌리만 캐서 먹더라도 말씀은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셨다”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이만희 교주는 메시지를 전하며 ‘피맺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야 하는데 그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하나님께 피맺힌 한이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은 그 나라를 다시 찾아 하나님의 한을 풀기 위해 목숨을 거는 독립투사라는 정신무장이 돼 있었다.

센터에서 전도사를 할 때는 24시간 비상체제였다. 섭외자가 센터에 들어오면 그를 관리하는 인도자로부터 늘 보고를 받았다. 밤늦은 시각, 인도자로부터 열매(전도대상자)에게서 이상한 낌새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즉각 움직였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신천지를 비난하는) ‘독’을 다 먹고 나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 아는 즉시, 이상한 눈치를 채면 즉각, 보고하라’는 게 인도자들에게 각인돼 있었다. 인도자가 담당 전도사에게 보고하면 수민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섭외자 집 앞에 대기하며 얼굴 한 번이라도 보고 얘기하자고, 말씀에서 어긋난 게 있으면 내게도 알려달라고,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한 영혼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다.

지파별로 전도 인원을 보고하고 실적을 올리는 데 실적이 좋지 않으면 담임 강사가 큰 창피를 당하고 벌을 받거나 이 교주에게 꾸지람을 듣는 시스템이었다. 지파별로 1등을 하기 위해 그달의 목표 전도 할당량을 채워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센터에 들어온 인원 또한 놓치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신천지 안에선 그렇게 사명으로 죽고 못 사는 사이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신도들끼리 속마음 털어놓으며 교제 나눌 시간은 없었다. 이를 이해 못 하고 서운해하면 금세 ‘섭섭 마귀 들어갔다’, ‘섭섭 병 생겼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잠을 자는 순간에도 포교 대상자를 미혹하기 위한 모략을 짰다. ‘전도 안 하면 염소’라는 소리를 듣기는 죽어도 싫었다.

정윤석 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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