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인 4월이 지나고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왔다. 매년 오는 5월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반갑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맹위를 떨치지만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한 단계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에 한 걸음 다가섰기 때문이다. 전문가 중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고, 방역 당국 역시 아직 조심스럽고 언제라도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 달 반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시민으로서는 여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유난히 추웠던 4월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런 마음은 더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변화들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거시적 글로벌 변화에 집중된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면 접촉 없이 일, 거래, 교육, 모임을 할 수 있는 언택트 방향으로의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서구에서는 코로나19를 전쟁에 비유하면서 강제 봉쇄와 긴급 정책을 쏟아내는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 간 여행과 교류가 사라지고 경제적으로도 해외 투자와 교역이 급격히 줄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면서 배타적 민족주의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거시적 글로벌 변화 외에 우리 일상생활 변화로 대표적인 것이 가족 시간의 증가가 아닐까 싶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밤늦게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바빴던 아버지도, 학원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지쳐 돌아와 늘 잠이 부족했던 아이들도 이제는 바깥 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됐다. 해외 혹은 대도시로 공부하러 떠났던 자녀들도 집에 돌아와 텅 비었던 집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족들이 밥상을 함께 마주하고, 부모는 자녀의 온라인 공부를 도와주고, 자녀들은 집에서 모바일로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반 빠르게 늘었던 재택근무가 시간이 흐르며 줄었지만, 퇴근 후 회식과 모임이 줄어 귀가하는 시간도 빨라졌다.

가족 시간이 늘면서 바깥 활동이 어렵게 된 아이들의 불만도 많고, 삼시 세끼 식사를 차려야 할 뿐 아니라 보육과 교육도 떠맡은 주부들의 어려움 호소도 많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가정폭력이 늘고 심지어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바깥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답답하지만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좋았다는 반응도 주변에는 많다. 가족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늘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고, 그간 못했던 식사를 함께하며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인들은 만성적 시간 부족의 삶을 산다. 일하는 시간이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길고, 학생의 학습시간 역시 가장 긴 편에 속하다 보니 생활에 필수적인 휴식과 수면이 부족하고, 아동 청소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전반적 시간 부족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지수’나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이 경제수준에 비해 삶의 질과 행복도가 낮은 주된 이유로 일과 생활, 일과 가족의 불균형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주52시간 근로제 실시로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반갑지 않은 외부 충격이 가져온 의도치 않은 긍정적 결과로 환경오염 감소를 많이 이야기한다.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이 줄어들면서 환경에 대한 압박이 일시적으로나마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 가족과의 시간 증가를 추가할 수 있다. 과연 환경오염 완화나 가족 시간 증가와 같은 변화가 코로나 사태가 지난 후에도 지속할지 낙관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못했던 것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반의 경험을 잊지 않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는 노력이 이어지기를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희망한다. 아무리 세상이 언택트의 방향으로 바뀌어도 가족은 콘택트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일이나 학습에서 언택트 기술로 절약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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