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少壯)파는 나이가 어리지만 기세가 씩씩하고 옳은 일이라면 기득권 세력에 맞서서라도 밀어붙이는 이들을 일컫는다. 정치권에선 개혁적인 젊은 정치인 모임을 그렇게 불러 왔다. 보수 진영에선 16대 국회 때 한나라당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의 미래연대가 가장 유명하다. 당내 개혁에 앞장섰고, 당을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했다. 이 모임은 17대 때 새정치수요모임, 18대 때 민본21로 이어졌다. 민본21이 출범하면서 4가지 과제를 내걸었는데, 그대로만 실천됐다면 보수가 지금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4가지는 ‘국민 뜻에 기초한 건강한 당내외 문제제기’, ‘낡은 정치 극복과 당의 미래지향적 개혁’, ‘시대에 맞는 정책입법 및 일하는 국회 정립’, ‘웹 2.0에 부응한 시민과의 소통 강화’다. 4가지 모두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뒤 제기됐던 패인들과 직결돼 있다.

진보에선 2000년 이후 새천년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이끌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모임이 대표적이다. 당시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이끌어냈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후 각종 공부 모임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19대나 20대 국회 때는 소장파로 불릴 만한 그룹이 형성되지 못했다. 대신 보수 진영은 친박·비박, 진보 진영은 친문·비문으로 나뉘어 계파 싸움에만 골몰했다. 당론이나 계파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하기 일쑤였다. 공교롭게 소장파나 당내 견제세력이 없던 사이 국민의 정치 혐오증은 날로 커져갔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다시 소장파 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통합당 쪽에선 74개혁파(70년대생 40대 당선인)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아직 이름까지는 안 나왔지만 전체 당선인의 41.7%인 초선 그룹이 세력화할 조짐이다. 21대 국회의 여야 소장파는 단순히 당내 세력화에 그치지 말고 한국 정치를 살리는 구원병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참신한 정치를 펼쳐주길 바란다. 그래서 막장 정치라는 말이 다신 들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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