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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출발점 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했다. 경영 성과로는 세계 수위 기업이지만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뒤처졌던 데 대한 반성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법 준수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했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정에 서고 이날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20여 년 전부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됐지만 가장 소극적이었던 그룹이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과 비교해도 복잡한 삼성 특유의 지배구조 탓도 있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 일가의 잘못된 판단을 빼놓을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서까지도 무노조 경영을 고집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다. 물론 기업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삼성 웨이’(삼성 방식)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업은 경영 성과로만 평가받는 실체가 아니다. 시민들의 기대와 사회 추세에 부합해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과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비판할 수 있다. 모든 문제가 불거진 핵심 원인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계획이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국민이 인식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문제는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라는 점이다. 진보파 일각에서는 대기업집단 해체가 당연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특징인 단기 실적주의와 소극적 고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한국에서 바람직한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소통을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 국민도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기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배구조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편견 없이 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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