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신천지? 정통교회인 줄 알아…

성공회 도쿄대교구 탁지웅 신부

일본 주간지 ‘주간신조’는 최근 ‘한국의 신천지가 일본 내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왼쪽 연두색 형광펜 테두리)고 보도했다. 탁지웅 신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일본에서는 한국 관련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특히 일본인들은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신천지 집단의 집회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성공회 도쿄대교구에서 사역 중인 탁지웅 신부는 최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이 교주의 모습과 무릎 꿇고 대열을 맞춰 예배하는 신천지 모습을 보고 ‘도게자’(土下座 사죄하기 위해 무릎 꿇고 엎드리는 자세) 같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신천지가 정통교회란 오해와 함께 ‘역시 종교는 위험하다’는 얘기도 돈다”고 전했다.

일본은 사이비종교 집단으로 인한 악몽을 겪은 적이 있다. 1995년 3월 20일 ‘옴진리교’는 도쿄 도심을 달리는 지하철에 맹독성 신경가스인 ‘사린’을 뿌렸다. 이 사건으로 13명이 숨지고 약 6300명이 중 경상을 입었다. 탁 신부는 이 사건이 일본 종교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이후 종교법인법이 더 엄격해졌으며 기독교를 비롯해 종교단체는 ‘수상한 조직’으로 비치게 됐다. 신은 믿지만, 종교단체에는 다니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화됐고 정통 교회는 ‘우리는 수상하지 않다’ ‘옴진리교와 다르다’는 변증을 항상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신천지동경시온교회 건물로 두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 이곳 3층과 4층엔 각각 ‘그레이스 미션 센터(Grace Mission Center)’ ‘도쿄 그레이스 처치(Tokyo Grace Church)’라 불리는 신천지 집회 시설이 있다. 탁지웅 신부 제공

일본 내 신천지 집단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정체를 숨기고 정통교회로 침투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장 교리 교육기관인 복음방도 운영한다. 심리학과 한국어 강좌를 내세우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것이다.

탁 신부에 따르면 불교와 신도(神道) 문화가 자리 잡은 일본은 기독교 인구가 1%가 채 안 되는 만큼 사이비, 이단이란 개념이 희박하다. 정통교회냐, 이단이냐가 아니라 건전한 종교냐, 옴진리교 같은 반사회적 종교단체냐의 구도다. 탁 신부는 “일본 사회에서 기독교인이라고 밝히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며 “이런 현실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일본 성도들을 항상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탁 신부는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천지 사태와 코로나19 종식 후 기독교의 자리매김은 (한층 더) 엄격해질 것”이라면서 “옴진리교 사건 이후 일본이 겪은 종교정세를 교훈 삼아 ‘종교 불신’이란 과제를 어떻게 넘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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