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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5월의 사회적 거리

배승민 의사·교수


사람마다 위생 기준과 개념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5월의 다양한 행사와 상황은 사실 단일한 전문가 지침을 적용하기도 매우 난감하다. 진료실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들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장보기도 삼가며 조심해 왔건만 어버이날에는 꼭 오라는 말에 고부간 갈등이 심해졌다든가, 서로 다른 사회적 거리와 격리 기준 때문에 실랑이하느라 사이가 험악해졌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반대로 위험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임에서 배제되는 서운함을 토로한다. 아픈 가족을 만나보지 못하다 떠나보낸 뒤 애도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사별의 아픔이 점점 병이 되어가는 이들도 있다.

나이 든 부모님의 애타는 마음도 이해되고, 한창 좋을 나이에 친구들과 떨어져 온라인 수업에 쩔쩔매며 지친 아이들도 안쓰럽다. 집안에서 혈기를 못 이기고 배배 꼬는 아이들과 재택근무 중인 배우자까지 챙기다 지쳐가는 주부들, 갑작스레 온라인 수업 준비로 맨땅에 헤딩하며 애쓰는 중에도 격려보다는 질책에 속 끓는 교사들의 마음관리도 우려스럽다. 모두가 각자의 어려움을 견디며 최선을 다해 왔기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박수를 받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힘듦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단지 코로나 때문에 그 힘듦과 가족 간 갈등이 생긴 것만은 아니다. 그간 담아뒀던, 나누지 못했던 가족 간 대화와 마음들. 소소한 갈등과 오해들을 덮어뒀던 부작용이 코로나를 핑계로 터진 경우가 많다. 서로의 원가족을 싫어한다, 가족보다 자신만 챙긴다, 나와 내 일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등 평소 서운했던 부분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달의 의미가 그저 가족끼리 모여 밥 한번 먹고, 생색나는 선물이 오가는 수준의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 쌓인 마음이 곪아 병이 되기 전에 나에게 그날이 어떤 의미인지, 내 가족은 그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곰곰이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배승민 의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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