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는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생히 볼 수 있다.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도 자세히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도 유용하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이를 이용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해 물이 생성되는 순간이나 식물의 광합성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첨단산업에도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광통신 반도체소자 불량률을 대폭 개선했다.

가장 성능이 좋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분자들이 나노초(10억분의 1초)의 1000만분의 1인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움직이는 모습을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은 2016년 포항공대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처음 설치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보유국이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3세대 가속기에서 만들어내는 빛은 햇빛보다 100억배 밝은데, 4세대는 그보다 1억배 강한 100경배에 이른다. 빛이 더 밝다는 것은 분자 같은 작은 물질을 잘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아주 특별한 밝은 빛(방사광)을 만들어내는 장비다. 바이오·신약,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시설로 꼽힌다. 현재 포항에 설치돼 있는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 두 대로는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정부가 1조원을 투입해 이번에 새로 만드는 방사광가속기는 둘레 길이만 800m에 이른다. 고용 13만7000여명, 생산 6조7000억원, 부가가치 2조4000억원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7일 후보지로 압축된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 두 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한 데 이어 8일 사업 예정지를 확정 발표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 2022~2027년 6년간 설계·건설 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본격 운영된다. 어느 곳에 지어지든 미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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