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KF94처럼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우수한 마스크를 구입하는 게 쉽지 않아서인지 미국 슈퍼마켓이나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천 마스크나 얇은 치과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들로 짐작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의료용으로 특별 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자주 본다. 아마도 이곳에서 제대로 된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뉴스 때문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이 힘들게 구한 마스크를 당신들은 아껴 쓰고 모아서 국제우편으로 보낸 모양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은 남다르지 싶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망자를 낸 영국의 한 종합병원에서 뱅크시의 새로운 그림이 발견됐다. 그가 누구인지는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을 향한 열린 메시지와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자본의 논리가 횡행하는 현대미술 시장에서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예술가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배트맨과 슈퍼맨 같은 액션 히어로 대신 무릎을 공손하게 꿇은 채 한국제일 수도 있는 마스크를 쓴 간호사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 소년이 그림 속 주인공이다. 단순하지만 진정성 있는 붓터치로 화가는 묵묵히 현장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의료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들이 지구를 구한 진정한 영웅임을 피력한다. 더불어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위로하고 있다.

전 세계는 정치적 고려와 경제적 이유, 그리고 참을성 없는 이기심 때문에 생명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성급하게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의료인이 겹겹의 보호장구를 입고 전투 중이며, 유명 화가도 타인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또한 한국의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으면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별 것 아니라구?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황훈정 재미작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