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연수 (6) ‘사랑의 세레나데’ 부르며 첫 눈에 반했다 고백

장미 꽃다발 들고 찾아오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전화하다 급기야 민박집 스캔들까지 생겨

김연수 사모가 수녀였던 시절 최일도 전도사와 함께 찍은 사진. 수녀원을 개방하던 날 최 전도사가 찾아와 사진을 찍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최일도 전도사라는 청년이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시 중에서 내가 발표한 시를 찾아들고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나는 얼른 그 시인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나는 웃기만 하고 돌아섰다.

그날 이후 최 전도사는 하루는 장미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고 또 하루는 새벽기도 후 곧장 왔다며 출근길의 내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인솔하는 계성여중 학생들 틈에 끼여 따라다니기도 했고, 어느 날부터는 달빛이 너무 밝다는 둥 밤하늘이 너무 맑다는 둥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그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청년이었다. 그러나 내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해 여름방학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난 학생들 여름수련회 책임자였는데 레크리에이션을 맡은 생물 선생님이 논문 관계로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대체 인력을 구해야 했다. 그때 최 전도사가 떠올라 그를 여름수련회에 합류시켰다. 누구보다 애써주는 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수련회를 마칠 때쯤 지칠 대로 지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시골에 가서 휴양할 것을 권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그에게 우리 고향에라도 가서 민박을 부탁해 보라고 했다. 조용하고 맑은 동네니 쉬기 적당할 것 같아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찾아가 민박을 소개받겠다던 그가 다른 집으로 가지 않고 그냥 우리 집에 눌러앉았다. 황당하면서도 ‘최일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이 일이 수녀원에 알려지면서 스캔들로 번졌다. 휴양을 다녀온 그가 아는 수녀님께 무심코 한 얘기가 교장수녀님 귀에 들어간 것이다. 그길로 교장수녀님께 불려갔다. 수녀가 친정집에 남자를 가라고 해도 되느냐는 책망과 함께 조심하라는 경고의 말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간 전화를 받기만 했지 걸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난 그에게 누구에게도 내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소문은 발이 달린 듯 삽시간에 퍼졌다. 한참이 지났을까. 교무실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다. 최 전도사였다. 목소리가 안 좋았다. 병원에 입원 중이라 했다. 지난번 전화 이후 음식을 먹지도,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고 했다. 만성 간염이라는 말에 딱한 마음이 들어 통닭 한 마리를 사 들고 병문안을 갔다. 그는 반가워하며 자신이 직접 썼다는 시를 들려줬다. 병원에 머문 시간은 10분도 안 됐지만, 그가 쓴 시는 병원을 나서서도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최 전도사는 퇴원 후 날 찾아왔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나를 자신의 반려자로 정했다는 말과 그 이후로도 계속 연모해 왔다는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내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 갑자기 그가 노래를 불렀다. 김동명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수선화’였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그는 바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번민에 빠졌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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