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이란 지명은 조선 시대 공무 출장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역원이었던 이태원에서 유래했다. 제기동의 보제원, 홍제동의 홍제원, 행당동의 전곶원과 더불어 한양 도성 주변에 설치된 원 가운데 영남으로 가는 첫 번째가 이곳에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귀화한 왜인들을 이타인(異他人)이라 불렀는데 이들과 이들의 후손인 혼혈들이 모여 산다는 의미에서 ‘異胎院’이라 했다가 효종 때 ‘梨泰院’으로 개칭했다. 배나무가 많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태원은 한강과 가깝고 남산 바로 밑 한양 도성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일제는 군사기지를 용산 일대에 뒀고, 이태원은 일본인 전용 거주지 기능을 했다. 해방 후에는 미군이 일본군을 대신했고, 각국 대사관들도 많이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이 주로 출입하는 지역이 되면서 영어 간판이 많고 문화도 다른 지역과 사뭇 달라, 이태원은 외래문화가 둥지를 튼 섬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역사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이태원 일대는 1997년 첫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2004년 미군기지 평택이전협정 비준안이 통과되고 2012년부터 부대 이전이 시작되면서 이태원의 상권 위축이 우려됐다. 하지만 경리단길 등이 부상하며 외국인 관광객과 근로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태원은 내국인도 찾는 전국적 명소가 됐다.

지난 1~2일 이태원의 주점 1곳과 클럽 4곳을 방문한 29세 남성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이곳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 현재 관련 확진자가 50명을 넘었고, 수도권뿐 아니라 충북 부산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당시 클럽에는 수 천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했고, 클럽 안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클럽 이용자들 신상과 동선이 정확히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염자 추적과 방역에 애를 먹었던 신천지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태원 발 코로나가 재확산의 도화선 역할을 하면 안 될 텐데 걱정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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