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고 파는 겁니다.” 시장 상인의 흔한 거짓말이다. ‘이름과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이라는 정치인의 상투적 거짓말에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도 포함된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이가 정치인인데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건 “어서 죽어야지” 넋두리하는 어르신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멍청한 짓이다.

국정 운영의 동력은 대통령 지지율에서 나온다. 지지율이 높으면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기 마련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때 지지율(이하 한국갤럽 기준)이 80%(최고 83%)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하나회 척결, 역사바로세우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개혁 작업을 쉼 없이 몰아붙이면서 지지가 하늘을 찔렀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초래하면서 6%의 초라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김영삼은 지지율 진폭이 가장 컸던 대통령이다.

6공 출범 이후 재임 평균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은 노무현(27%)이다. 봉하마을에 인파가 몰릴 정도로 퇴임 후 인기가 높았으나 재임 중엔 김영삼(40%), 김대중(42%), 이명박(34%), 박근혜(38%)에 비해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은 촛불이 거세게 타올랐던 때 박근혜 대통령의 4%다.

취임 3년을 지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1%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어선 건 1년10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역대 최고 지지율 기록도 갖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첫째 주의 84%가 그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초 높았다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내려가는 게 지금까지 추세였는데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39%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레임덕 없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의 사례에서 보듯 순식간에 돌변하는 게 민심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 백성은 물). 청와대가 사자성어 하나는 잘 골랐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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