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 치료에 매달렸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낀 채 브이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동산의료원 제공

대구 중구에 위치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민간병원임에도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을 수락해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투의 최선봉에 섰다. 대구의료원과 함께 코로나19 환자치료의 핵심축을 담당하며 코로나19 차단에 성공했다. 앞서 성서에 새로 지은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난해 발생한 독도헬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장례식장을 통째로 비웠다. 지역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 병원이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2월 21일 국내 첫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대구에서 같은 달 18일 신천지 여신도 확진자가 발생한 후 급격히 확진자가 늘 때다. 처음엔 대구시장 주재 의료전문가회의에서 성서로 이전한 계명대 동산병원 병상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 됐지만 첫 환자 발생 후 폭발적인 환자 증가로 새병원의 여유 병상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구시에서 대구동산병원 사용을 긴급하게 요청했고 신일희 계명대 총장이 “학교나 병원은 늘 사회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며 승인을 허락해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전담병원 지정 첫날 2명의 환자가 입원했는데 둘째 날에는 환자 51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반병동 60병상을 먼저 열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에도 각각 79명과 86명이 추가 입원하면서 237병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별도로 중환자 병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루에 수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병상을 계속 늘려나갔고 일반병실과 중환자실을 포함해 460여병상까지 늘었다. 가장 상황이 어려울 때는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성서 동산병원 파견 포함) 300여명과 지원 온 전국의 의료진 200여명이 밤낮없이 환자들을 돌봤다. 현재는 파견 인력 대부분이 돌아갔다. 대구동산병원의 누적 입원환자는 700명이 넘는다. 현재 많은 환자가 완치 후 퇴원해 남은 환자는 150명 안팎이다.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대원과 응급환자 등 7명을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추락해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밤 11시29분쯤 일어났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들이 성서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을 찾아왔다. 동산병원 장례식장을 희생 대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병원측은 대구와 가까운 경북지역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121년 동안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병원이 당연히 도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장례식장)을 다 비우고 고인과 유가족들을 위한 시설로 사용키로 했다. 분향소를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사망자와 실종자의 합동 영결식은 지난해 12월 10일 열렸는데 이때도 계명대학교에서 실내체육관을 영결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전경. 동산의료원 제공

기독교 정신을 이어받은 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성서 동산병원, 경주 동산병원으로 구성된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899년 제중원(濟衆院)으로 개원해 대구에 최초로 서양의술을 펼쳤다. 지난해 성서에 계명대 동산병원을 신축해 이전했고 중구에 있던 원래 병원은 대구동산병원(2차병원)으로 개원해 운영중이다. 병원 이전과 개원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장례식장 사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을 흔쾌히 수락했다. 계명대학교와 계명대 동산의료원이라는 기관을 만든 기독교 선교사들의 개척정신, 도전정신, 봉사정신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환경을 버리고 낯선 한국 땅에 와서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펼쳤던 선교사들의 길을 따라 앞으로도 주어진 사명을 겸허히 실천하며 환자들과 지역민들에게 배운 사랑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 동산병원의 각오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단이 지난 3월 24~25일 대구동산병원과 성서 동산병원을 다녀갔다.

WHO 자문위원단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법과 관련 데이터 기반의 진료 근거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는데 의료진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동산병원의 코로나19 진료 시스템과 환자 관리방법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당시 자문위원단은 대구동산병원이 발 빠르게 공간을 비우고 지역거점병원으로 운영된 점, 3차 상급종합병원인 성서 동산병원이 정상진료가 가능하도록 외래와 응급실 선별진료를 잘 운영한 점, 감염내과·호흡기내과·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의 팀워크 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자문위원들은 “병원 내 감염 예방에 힘쓰는 모습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해내지 못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우리 대한민국이, 특히 대구가 지혜롭게 잘 해오고 있다”며 “모범적인 우리의 대응체계를 벤치마킹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데 전담병원으로서의 충분한 경험과 의료진들의 대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을 지키는데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권배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121년간 지역민에게 받아온 사랑 돌려드리는 것은 당연”

“121년간 지역민에게 받아온 사랑을 돌려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김권배(사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장은 12일 코로나19 사태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성서 동산병원이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원장은 “계명대와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설립됐다”며 “우리 지역에 위기가 닥쳤을 때 지금까지 함께해준 지역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달 넘게 환자들만 생각하며 코로나19와의 힘든 싸움을 버틴 의료진의 공이 가장 크다고 했다. “환자들이 위험하니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의료진으로서 당연히 환자들을 지키고 살려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정부와 타지역 의료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다.”

김 원장은 “지금도 코로나19 전사들에게는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라며 “보호구를 벗었을 때 땀범벅이 된 모습, 환자를 돌보느라 식사도 못 챙기던 모습, 가족에게 혹시 전파될까봐 집에도 안 들어가던 모습 등 의료진이 고생하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회상했다.

의료진에 대한 응원과 찬사가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전국에서 지쳐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 편지들이 이어지고 있고 SNS를 통해서도 응원의 문자가 쌓였다”며 “시민들의 응원이 있기에 많은 의료진들이 힘을 얻어 견뎌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 체온계 무전기 과일 컵라면 치약 칫솔 빵 현금 음료 등 개인이나 기업체, 단체 등 전국의 여러 계층에서 사랑의 손길을 보탰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생 등 전 국민이 보내준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대구동산병원 등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지금과 똑같이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대구동산병원의 경우 구병동이라는 별도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입원·치료하고 병원 전체는 소독하고 재정비해 일반 환자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만약 다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게 되면 지금 했던 방법대로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도 대비할 수 있도록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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