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고 검진 피하고… 이태원 클럽 감염, 신천지와 닮아

소수자 인권 보호에 막힌 코로나 방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잠적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이들이 많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제2의 신천지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와 접촉자들의 정확한 성격과 행동패턴을 파악해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는 동성애자 혐오와 무관한 코로나19 방역의 문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천지 신도들과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보여준 공통점이 있다. 정체를 숨기거나 연락을 끊고 검진을 피했다는 점이다. 신천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다대오지파를 중심으로 65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 신도들은 검사 초기 신분이나 동선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거짓말을 하는 등 방역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동성애자인 사실이 드러나거나 동성애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며 이태원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잠적까지 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신천지 때처럼 클럽 방문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에서 자발적 협조를 요청하고 익명 조사도 활용하되 그래도 불응하는 경우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내역 등을 바탕으로 강제조사를 해야 한다.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 및 밀접 접촉자를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수면방’ 등 음지의 불법시설들을 서둘러 조사해 폐쇄하는 것도 급하다. 방역당국은 물론 행정당국도 이 같은 시설의 정확한 실태를 모르고 있다.

문제는 일각에서 소수자 혐오·차별 반대 논리를 내세워 방역활동에 제동을 건다는 점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난 7일 ‘언론은 질병 예방을 저해하는 혐오 선동을 멈춰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전시하고 아우팅하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혐오선동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와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성애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앞선 확진자들처럼 일부 사생활이 공개될 수 있지만, 이는 방역을 위한 것일 뿐 차별이나 혐오와 무관하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한국사회에는 이주노동자, 탈북민, 장애인 등 다양한 소수집단이 있지만, 유독 동성애자에 대해서만 일부의 일탈 행위에 대한 비판적·부정적 언급이나 보도까지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24만 회원이 가입된 국내 최대 동성애자 온라인 커뮤니티 ‘이반시티’에도 일부 언론과 동성애단체의 무책임한 주장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온다. 한 회원(아이디 주**)은 “다른 것도 아니고 전염병이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는 부분에선 책임을 안 지고 인권 타령하면서 잘못된 것까지 감싸 안아 달라고 요구를 하냐”고 꼬집었다. 다른 회원(아이디 자**)도 “동성애 이성애를 떠나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에서 확인차 전화하는 것도 안 받고 잠적하는데, 무슨 인권침해냐”는 글을 올렸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방역당국이 전파경로를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의 클럽을 방문한 이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