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도 노 마스크로 나타났다. 백악관엔 이날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진 마당이었다.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는 파견 군인에 이어 부통령실의 케이티 밀러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자 취해진 조치였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백악관 대변인은 물론 취재진까지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는 민얼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미국민들에게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하면서도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발적 마스크 사용 권고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자발적 공중보건 조치”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대통령, 총리, 독재자, 왕, 여왕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해봤는데 모르겠다. 그냥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에 대해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코로나 대응과 차별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란 시각도 있다. ‘트럼프의 진실’이란 책을 쓴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단토니오는 CNN 기고에서 나르시시즘, 욕망, 자기 맘대로 식 방종 등 트럼프 특유의 독단적 성격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직감을 다른 이들의 두뇌보다 더 뛰어나다고 했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둘러싼 갈등이 자주 표면화된다. 미시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던 경비원이 총에 맞아 숨졌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남성이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고깔 모양의 두건을 쓰고 식료품판매장을 활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구에서는 마스크 사용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낮다. 하지만 트럼프의 돌출 행동이 갈등을 줄이기보다 조장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의 리더십이 방역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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