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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3대가 함께 예배, 다음세대 축복기도

부천 복된교회

경기도 부천 복된교회 디모데 공동체 수련회에 모인 교인들이 지난해 5월 교회 본당에 모여 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복된교회 제공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동네에 있던 김포슈퍼와 형제슈퍼가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둘은 이내 상생의 길을 찾고 협력한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담긴 에피소드 중 하나다.

개발지상주의가 만연하던 80년대 경기도 부천 원미구 원미동을 무대로 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 녹아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원미동의 풍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원미동 부흥시장 초입에 있는 부천 복된교회(박만호 목사)는 우뚝 솟은 모습이 지역사회를 비추는 등대와 같아 보였다. 이 교회를 지난 10일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예배를 드리던 교회는 부활절이던 지난달 12일부터 모이는 예배를 재개했다. 주일이었던 이날 길게 줄 선 교인들은 교적을 확인한 뒤 발열 검사를 받고 예배당에 들어갔다. 사전등록을 못한 교인들은 문진표를 작성했다. 검사를 마친 교인들에게는 확인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줬다. 교인들은 각자 지정석에 앉았다. 800명이 앉을 수 있는 본당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150명 남짓한 교인만 앉을 수 있었다.

지난 3일 창립 45주년을 맞이한 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한 목회로 체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날 설교에서도 다음세대에 대한 비전이 선포됐다. 박만호 목사는 “지역사회와 함께했던 지난 세월에 안주하지 말자”면서 “그 사역을 잘 키워가면서 동시에 다음세대를 세우고 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로 체질을 개선해 가자”고 권했다.

다음세대 목회는 이미 시작됐다. 다음세대 목회가 교회학교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다음세대 목회의 핵심이다. 교회는 2015년부터 매달 첫 토요일 오전 6시에 3대가 함께 예배를 드린다. 주일예배 출석 교인의 25%인 400여명이 이때 교회를 찾는다. 어린 자녀가 참여하는 예배의 중심은 부모들의 축복기도다. 이 기도가 끝나면 교역자들이 모든 가정을 돌며 기도해 준다.

3040교인들을 위해서는 디모데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공동체에서는 자녀들의 나이에 따라 부모 소모임이 별도로 조직돼 있다. 자녀교육과 성장에 관한 관심이 비슷한 교인들은 삶과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 기도제목을 나누며 교제한다. 은빛학교는 원미동에 사는 7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교회학교다. 교인보다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매주 목요일에 모이는 은빛학교에서는 문자 보내기, 스마트폰 사용하기, 서예, 장기반 등의 수업이 개설돼 있다.

복된교회 은빛학교에 다니는 어르신들이 율동을 하는 모습. 복된교회 제공

교회 주차장 끄트머리에는 2014년 드림센터를 열었다.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사랑방이다. 이곳 카페 ‘어울림’은 마땅한 커피전문점이 없는 시장통에서 인기가 많다. 드림센터 지하 음악센터에서는 색소폰과 드럼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주민들을 위한 악기반이 개설돼 있다. 영어도서관에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책 읽기 교실이 열린다. 입소문이 나 등록경쟁이 치열하다. 재즈 연주와 댄스 등 30여개 교육과정이 마련된 문화교실에는 매달 250여명이 드나든다. 다문화 예배도 이 건물 4층에서 드린다. 미얀마 예배공동체가 가장 활발하다. 예배뿐 아니라 한국어학당도 개설해 외국인들에게 한글과 우리나라 문화를 가르친다. 한국어학당은 조만간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꿈의 학교’로 탈바꿈한다. 다문화가정에 더 큰 희망을 선사할 예정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1㎞ 안에 점집이 40여개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이웃이 많다는 증거죠. 교회가 동네 입구에 등대처럼 서 있는데 마땅히 역할을 해야죠. 드림센터를 시작으로 지역사회 섬기는 일에도 더 큰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교회 밖 다음세대 양육을 위한 첩경인 셈이죠. 우리가 이사한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말릴 만큼 사랑을 받는 교회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박 목사의 바람이 담겼다.

복된교회에는 유독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교회는 성탄절마다 ‘사랑나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별도 기금을 조성해 홀로 사는 노인과 탈북자·다문화 가정, 취약계층 어린이를 방문해 생필품을 전한다. 물품만 전하는 게 아니라 교인과 이웃을 연결해 수시로 심방도 한다. 이런 만남을 통해 교회에 등록한 이웃도 적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시작한 ‘행복 실은 밥차’ 사역은 복된교회를 상징하는 사역이 됐다. 교인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부천중앙공원과 부천역을 찾아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복된교회 교인들이 지은 밥을 매주 550여명이 먹는다. 밥차는 코로나19로 가장 긴 시간을 쉬고 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성전 중심의 교회에서 가정과 지역, 일터 중심으로 목회 영역이 확장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모여서 드리는 예배의 중요성도 더욱 커진 만큼 일상에서도 삶의 예배를 드리는 기쁨을 교인은 물론 주민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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