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인 4월 4일 공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국민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9.9%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직후인 17일 실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42.5%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나 44.7%는 보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1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운명은 보완이나 폐지로 결정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신속처리제도와 폭력사태까지 등장시켰는데 이를 보완하는 과정도 적지 않은 진통을 수반할 것이다. 정당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보완의 방법은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용으로 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길이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입법 취지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 정당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대 정당이 의석을 늘리기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자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제8조 ①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정당법 제4조에 따르면 정당은 5개 이상 시·도에서 1000명 이상 당원을 확보해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면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당법이 위성정당을 정의하고 금지하더라도 그 정당이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할 때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또 어느 정당이 위성정당이라고 창당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헌법 제8조와 충돌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수를 제한했던 것을 풀어 대폭 늘리는 길이 있다. 이번에 준연동형에 상한선을 두어 30명 비례대표를 할당했는데 이 정도로는 양대 정당이 의석 하나도 못 얻게 되기 때문에 따로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기 정말 부담스럽게 만들려면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이상은 훨씬 넘게 할당해야 한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려면 그만큼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지역구 의석을 253개에서 200개로 최대한 가깝게 조정하다보면 자기 지역구가 사라질 수 있기에 이 방안에 동의할 지역구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의 300명에서 대폭 늘리면서 지역구 의원정수를 건드리지 않은 채 비례대표를 더 확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부담과 국민적 거부라는 벽에 부닥쳐 왔다.

사실 이 두 가지 보완책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도의 부작용이나 문제를 충분히 인지했고 대안도 살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대로 개문발차했다. 그 결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도 불구하고 양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차지해버렸고,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불신감만 퍼뜨렸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서라도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이 흔쾌히 비례대표를 더 늘리라고 동의 못할 현실을 만들어놓았다. 이번 총선에서 모든 정당이 원칙 없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했고 새로운 인물 등용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재선 이상, 심지어 당대표급도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검증 부실로 인해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총선 전 헌법재판소에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한 정당 등록 위헌 확인 헌법소원 청구 및 정당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총선 직후엔 대법원에 비례용 위성정당이 참여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각하했고 대법원 판결은 멀었지만 그만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적 불신만 키운 셈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여파는 전방위적이고, 보완할 대안은 애초부터 간단하지 않았다. 이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 확대하자고 국민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모두 정당의 자업자득이다. 과연 21대 국회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할 묘수를 찾을 것인가. 제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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