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장 빛나던 순간이 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꼽는다.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연애 시절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던 남녀의 마음은 세월이 지나면서 무디어진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는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만드는 애정 화학물질을 생성하는데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2년 사이에 점점 소멸한다고 말한다. 소멸하는 그 시점부터는 장점보다 단점이 보이게 되고 단점을 수용하지 못하는 행동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상대에 대한 사랑은 점점 멀어진다고 한다.

비단 애정 화학물질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쉽게 안주하고 권태로움을 느끼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에리히 프롬은 저서 ‘소유냐 삶이냐’에서 결혼 이후의 권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결혼은 상대방의 육체와 감정, 관심의 독점을 가져다준다. 결혼으로 사랑은 하나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에 부부는 더 상대방에게 사랑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태를 느끼고 아름다움이 사라진 상대방에게 실망한다. 상대방이 변한 원인을 찾으며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결혼생활 중 위기는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결혼 이야기’와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이혼을 다루는 시각과 방식이 많이 다르지만, 근원적 문제는 닮았다. 두 이야기 속엔 아내의 내조로 사회적 성취를 이룬 남편의 외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부의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이야기를 통해 결혼생활과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결혼의 위기는 어떤 사건에 의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갈등이 쌓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배우자만을 위해 헌신한 삶은 신뢰가 깨지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자신이 없는 삶은 깨지기 쉽기에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또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년기 부부관계에 찾아오는 균열의 틈새는 성적인 유혹과 공허감, 억눌림의 표출을 몰고 온다. 또 자신의 꿈을 눌러온 아내들은 자녀를 성장시킨 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공허감을 느낀다. 부부에게 공동의 목표가 없다면 삶의 의미를 못 느낄 수 있다.

부부 사이에 두꺼운 장벽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서로의 사랑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성경은 행복한 부부관계에 필요한 사랑의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다. “그를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3:7). 둘째,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알아서 채워주는 것이다.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고전 13:5). 셋째, 서로 불쌍히 여기며 용서하는 것이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2).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믿음과 용서란 뫼비우스의 띠를 잡고 살아야 한다.

여기 한 부부의 사랑 고백이 있다. “그녀는 성가신 상황에서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과 잘 놀아준다. 선물도 잘 고른다. 진짜 잘 놀아주는 엄마이다. LA에서 스타가 될 수 있었는데 나랑 결혼했다. 용감하며 춤을 잘 춘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맞장구를 잘 쳐준다.”(남편) “그는 요리는 물론, 청소도 잘하고 옷도 잘 입는다. 세심한 배려로 주변인들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연극 연출자이다. 내 감정을 서서히 잘 받아주어 자괴감을 주지 않는다. 실패해도 굴하지 않는다. ‘아빠 노릇’도 즐겨 아들과 잘 놀아준다.”(아내)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이혼 조정관 앞에 앉아 있는 부부의 내레이션이다. 잃어버린 후 소중한 것을 찾기보다 우리는 평소에 소중한 것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 5월 21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이다. 중년 부부의 손발이 오글거리겠지만 종종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주자. 또 10분 동안 아무 말 하지 말고 서로 가만히 바라보자.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현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