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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현대차 협력, 코로나 시대 성장모델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융복합이다.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기보다는 이미 나온 기술들을 어떻게 잘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의 등장이 있었다면 지금은 기존 기술들을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 자동차만 해도 통신·전자·자동차·배터리·소재 등 여러 기술의 융복합이 없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이 미래차에 관한 한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한국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전기·전자 등 첨단 산업의 기반을 골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서 국내 기업·산업 간 융복합이 매우 부진하다. 여기에는 대기업 간 강한 라이벌 의식, 뿌리 깊은 계열사 체제 등의 영향이 크다. 대기업 간 협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부품·협력업체 간 협업도 현실성이 없다. 간단히 말해 해외 대기업과는 협력할 수 있어도 국내 대기업과는 꺼리는 게 한국의 풍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회동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협업을 논의했다고 한다. 세계 초일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삼성과 자동차, 차세대 모빌리티에서 세계적 강자인 현대차 간 광범위한 제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부품사들의 제휴를 통해 미래차에 핵심적인 새로운 부품이나 혁신 기술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양사의 협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공급망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핵심 생산 기반을 가능하면 국내로, 최소한 역내로 이전할 가능성이 큼을 의미한다. 각국 정부도 이에 맞춰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삼성과 현대차 수뇌의 만남이 한국에서 기업 간 협력과 기술 융복합이 활발해지는 첫 단추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법적인 제약 철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 간 협업·협력을 더욱 북돋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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