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14일 경남 창원 NC파크 관중석에 팬 사진을 인쇄한 입간판을 설치하고 KT 위즈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경기를 가졌다. NC는 KBO리그의 미국 내 생중계를 계기로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해외 야구팬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마이너리그 3개 팀 마스코트 사진을 넘겨 받아 입간판으로 세웠다. 왼쪽부터 애슈빌 투어리스트의 ‘미스터 문’과 ‘테드’, 캐롤라이나 머드 캣츠의 ‘머디’, 더럼 불스의 ‘울E’. NC 다이노스 제공

“오! 우리의 첫 번째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이 나왔습니다.”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의 2020시즌 개막전으로 지난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생중계하던 미국 스포츠채널 ESPN 해설위원들이 설명을 멈추고 외쳤다. NC 6번 타자 모창민이 3-0으로 앞선 6회초 2사에서 왼쪽 담장을 넘긴 솔로 홈런을 날렸을 때였다. 모창민은 타구의 궤적을 보고 휘둘렀던 방망이를 그대로 놓았을 뿐인데, ESPN 해설위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시즌 1호’에 의미를 부여하며 흥분했다.

같은 시간 SNS 타임라인은 난리가 났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뤄진 KBO리그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현지 야구팬들은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밤을 새고 있다”며 들썩거렸다. 곧 모창민의 배트 플립 장면을 캡처한 사진·영상이 타임라인을 떠돌기 시작했다. 모창민의 홈런 배트 플립은 경기를 시작하고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오후 4시15분쯤 나왔다. 같은 시간 미국 동부는 오전 3시15분을 지나고 있었다. 새벽에 미국 야구팬이 태평양 너머의 한국 경기를 보며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던 것이다. 새벽시간 경기 생중계 시청은 오직 ‘열정’으로만 설명되는 일이다. KBO리그의 무엇이 미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조금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KBO리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된 메이저리그(MLB)의 대체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ESPN 시청률이나 국내 구단별 SNS·유튜브 구독자 수에서 KBO리그의 미국 내 인기를 확인할 의미 있는 지표는 나오지 않았다. 닐슨 리서치에서 미국 내 상위권 시청률은 통상 3~6% 선을 기록하는데, ESPN에서 최근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은 ‘마이클 조던-라스트 댄스’조차 1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KBO리그 생중계 시청률이 큰 수로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KBO리그의 미국 생중계는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야구 본고장’ 미국은 일본프로야구에서 기록된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의 현역 시절 세계 최다 홈런(868개)도 인정하지 않을 만큼 다른 국가 프로야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미국에서 새벽시간에 KBO리그가 생중계되고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단순한 호기심이나 ‘실시간 경기’에 대한 갈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에서 수입만 했던 야구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KBO리그는 미국에서 마니아층을 만들고 있다. 미국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에서 KBO리그를 토론하는 포럼 웹페이지는 13일 현재 구독자 4100명을 넘어섰다. 이 포럼은 2013년 9월에 개설돼 극소수의 구독자만 대화를 나누던 곳이다. 과거의 대화 내용들을 보면 구독자 중 상당수는 재미교포로 추정된다. 지금은 달라졌다. 하루 100명 안팎으로 구독자가 늘고 있고, 신규 방문자도 아시아계·유럽계·아프리카계로 다양하다.

낯선 한국 야구의 문화를 묻고 답하는 일이 이 포럼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사는 홈런을 친 타자가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 이른바 ‘빠던’으로 쏠려 있다. 구독자들은 양준혁의 현역 시절부터 MLB를 거쳐 KBO리그로 돌아온 키움 히어로즈 타자 박병호의 최근까지 배트 플립 영상을 찾아 토론장에 올려놓고 감상하고 있다.

전광판에서 볼카운트나 아웃카운트와 함께 표시되는 ‘FC’를 놓고서도 토론이 벌어졌다. FC는 야수 선택(Fielder’s Choice)의 항목이다. 수비의 송구 판단에 따라 상대팀 주자가 진루한 경우를 말한다. 선행주자의 세이프 여부와 무관하게 야수선택을 기록하는 MLB와 다르게 KBO리그는 선행 주자가 아웃되면 땅볼에 의한 출루로 인정된다. ‘FC’는 국내 경기장 전광판에서 ‘H’(안타) ‘E’(실책) 다음에 표시된다. KBO리그와 MLB의 작은 차이마저도 레딧 포럼 구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셈이다.

미국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의 한 회원은 지난 13일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토론하는 포럼 웹페이지에 인기 게임 ‘동물의 숲’ 캐릭터와 LG 트윈스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아래 사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연고 마이너리그 팀 더럼 불스가 지난 5일 트위터에 NC 다이노스와 친선을 제안하며 합성한 양팀 마스코트. 레딧·더룸 불스 트위터 캡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야구팬의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NC의 경기·마스코트·응원 콘텐츠는 SNS와 레딧에서 가장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연고 마이너리그 팀 더럼 불스는 NC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NC는 영문 트윗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소통하며 활발하게 호응하고 있다. NC 구단 홍보팀 관계자는 “관중을 유치하지 않은 경기장에 팬 입간판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팀 더럼 불스, 캐롤라이나 머드 캣츠, 애슈빌 투어리스츠에서 마스코트 사진을 보내와 창원 NC파크 관중석에 입간판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KBO리그가 앞으로 관중을 들이면 미국 팬에게 더 많은 한국 야구문화를 소개할 수 있다. 장내 음향기기로 음악을 틀고 관중은 점잖게 앉아 박수만 치는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경기장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음식을 먹는 즐길거리로 가득한 응원 문화를 가졌다.

다년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국내로 생중계해 온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미국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만 KBO리그를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개선돼 흥미를 느끼는 수준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척돔을 포함한 신축 경기장 인프라를 미국에 소개해 한국 야구에 대한 미국 내 인식도 개선할 수 있었다”며 “한국식 관중 문화가 미국에 소개되면 판매수익으로 이어지는 더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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