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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문재인 시대의 보수 재건

손병호 논설위원


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율 시대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
통합당 섣부른 대선 체제보다 보수 재건에 전력 기울여야
제대로 변하려면 문 대통령과 진보 의제 수용할 유연함 필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한국갤럽 기준)를 돌파했다. 문 대통령을 싫어할 것 같았던 60대 이상에서도 64%가 지지했다. 그 연령층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26%에 그쳤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53%), 부산·울산·경남(54%)에서도 절반 이상의 지지가 나왔다. 지지 성향이 진보(91%)나 중도(69%)인 경우는 물론이고 보수라고 밝힌 사람들에서도 46%가 대통령을 지지했다. 보수 중 ‘지지하지 않는다’는 44%로 오히려 더 적었다. 이번의 경우 코로나19 대처를 잘했다는 점이 압도적인 지지 이유였지만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잘한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한다’, ‘복지를 확대해서 좋다’, ‘정직하고 솔직하고 투명하다’, ‘국민 입장을 생각한다’ 등도 지지 이유로 꼽혔다. 한마디로 일도 잘하고 다 마음에 든다는 얘기다. 이제 경제 위기만 잘 극복한다면 인기는 더 치솟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진보의 대통령’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3분의 2가 넘는 국민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문재인’ 지지자인 셈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5년 집권기를 일컫는 문재인정부를 넘어 일종의 강하고 꾸준한 시대적 흐름을 형성한 ‘문재인 시대’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매 선거에서 ‘문재인 매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그런 흐름의 증거일 수 있다. 그 매직은 이미 2018년에 확인됐다. 취임 13개월 뒤 1차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를 여당이 쓸어갔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압승했고, 서울의 경우 서초를 제외한 나머지 구청장 선거에서 다 이겼다. 2차 중간평가였던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은 180석을 휩쓸었는데 이 역시 문재인 매직 덕이었다.

문재인 매직 3탄은 2022년 3월 대선 때 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여권 주자들이 다들 경쟁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지자들이 아무나 뽑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만큼이나 강하게 지지하고 싶을 만한 ‘대통령의 아바타’를 뽑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그의 아바타가 선거에 나간다면 승패는 뻔할 것이다. 여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 형국이 17대 대선을 앞두고 승패가 일찌감치 정해져 있던 이명박-정동영 후보 간 대결 양상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다. 해 보나 마나 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미래통합당이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인기 추세를 감안하면 통합당의 쇄신 작업이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대선 레이스나 거기에 나설 주자를 중심에 두고 이뤄질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다음 대선은 이기기 매우 어려운 싸움이고, 솔직히 지금 보수 진영에서 경쟁력 있는 주자도 안 보인다.

이런 정치 지형에 비춰보면 내년 3월까지 대선주자를 물색해 승리할 준비를 마치겠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내정자의 계획이나, 보수 진영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다 모아 원탁회의체를 만들어 당을 수습하자는 장제원 의원이 제안한 구상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주자를 세우는 일이 중심이 될 경우 정작 본질인 보수 재건은 물 건너갈 수 있어서다. 설사 아무리 좋은 후보를 찾아내더라도 수권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는 한 절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통합당은 대선주자를 세우는 것을 중시한 수습 로드맵보다는 차라리 차기 대선 이후까지 바라보는 더 긴 안목에서 보수 재건 플랜을 가동하는 게 낫다. 그러려면 선출된 권력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분간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혁신 기구를 꾸린 뒤 자강론에 바탕해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 특히 흙수저 성공 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김미애 당선인(부산 해운대을)을 비롯해 보수의 새 간판들이 혁신 기구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새로운 인물들 중심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시대를 견뎌낼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나 진보의 의제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중도층과 젊은층의 목소리도 귀가 닳도록 들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보수를 재건하다보면 대선주자는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연스럽게 등판할 것이다. 통합당이 19일 연찬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인다고 하니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분명한 건 지금 지지율 1, 2위인 홍준표, 황교안 전 대표보다 국민들이 김미애를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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