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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난지원금 기부 못지 않게 소비도 값지다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기부 의사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공직사회와 정치권은 물론 대기업, 금융권 등 민간에서도 기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거나 신청하지 않으면 이 돈은 전액 고용보험기금으로 편입돼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 정부에 재난지원금 기부는 고용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면서도 재정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기부를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이 특정 직급 이상의 기부를 결정하고 경쟁하듯이 발표하는 것은 기부를 ‘반강제’하고 기부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체로 기부하겠다는데 누가 거부할 수 있겠나. 기부는 철저하게 개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기부하지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도 안 된다.

기부는 존중받고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재난지원금을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값진 행위다.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편성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것 아니었나. 동네 상권에서 열심히 소비하는 게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리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가 모든 직원에게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와 정부 재난지원금을 지역 소상공인 업소, 전통시장 등에서 적극 소비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강원도가 13일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말고 본래 취지에 맞도록 소비하자는 캠페인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데도 기존 자금은 아껴두고 재난지원금만 사용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나지만 추가 소비는 적극 장려할 일이다. 재난지원금 소비는 민생 경제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기부보다 더 도움이 된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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