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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연 활동 폄훼 안 되지만 의혹은 철저히 규명해야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정대협 후신)와 이사장으로 일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받는 과정에서 정의연 등 법인 명의 계좌 외에 자신 명의의 개인 계좌를 사용해 온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이것은 여러 행사에서 지출한 금액을 한번에 기재했다는 등 정의연이 회계 처리 미숙이라고 해명한 사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부금의 사용처와 상관 없이 공익법인 기부금을 개인 계좌로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횡령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윤 당선인 후임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기존 법인 통장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 “용도가 다른 돈이 섞이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인 계좌로도 용도가 다른 기부금을 그동안 수차례 받아왔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의 회계 처리를 하려면 모든 통장이 법인 명의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윤 당선인이 개인 통장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검증을 받는 수밖에 없다. 미루면 미룰수록 사적 유용 의혹만 증폭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을 전개해 온 정의연과 활동가들에 대한 일방적 폄훼로 흘러가서는 결코 안 된다. 30년간 헌신적 노력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정의연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인 일본 극우 세력들이 사과는커녕 인권 유린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수요집회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정의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친일로 몰아가며 정쟁화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언론에 보낸 ‘추가 입장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머니는 기자회견 이후 불거진 정의연의 불투명한 기부금 사용 명세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을 요구하면서도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을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고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 인권운동을 현실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가자는 제언이다. 기부금 내역의 투명한 공개가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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