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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전시장 속 작품들 더 큰 세상을 만나다

등 떠밀린 온라인 개막 우려 불구, 현장 전시 부족함 보완 윈윈 효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예전 '미술관에 서'의 유튜브 영상(왼쪽)과 뉴욕 프리즈아트페어의 가고시안갤러리 뷰잉룸. 각 미술관 및 갤러리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잠정 휴관 72일 만인 지난 6일 재개관했다.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역 대응 체제를 완화한 데 발맞춘 조처다. 휴관이 길어지며 덕수궁에서 준비한 서예전시 ‘미술관에 書(서)’는 온라인 사전 개막할 수밖에 없었다. 큐레이터가 전시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는 83분짜리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린 지 한 달여 만인 14일 현재 조회 수 6만6000여회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강요된 온라인 개막’이 미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현장에서 보는 전시의 아우라를 제거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오프라인 전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보완재 역할을 하며 윈윈(Win-Win) 효과를 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서예 전시 예습을 하고 와서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이해도 쉬워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온라인 사전 관람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맨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구를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의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던 갤러리들은 가상현실(VR) 전시를 제작해 홍보하거나, 작품 판매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노크하고 있다.

바라캇서울에서 지난 3~4월 VR전시로 온라인 공개했던 독일 작가 펠레스 엠파이어 개인전. 이처럼 코로나사태는 온라인 전시라는 광맥을 찾는 계기가 됐다. 바라캇서울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로 바라캇서울은 지난봄 독일 작가 펠레스 엠파이어 개인전(3월 12일~4월 26일)을 VR 전시로 꾸민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한국은 물론 독일 언론까지 관심을 가지며 보도해 준 것이다. 바라캇서울 박소현 큐레이터는 “개최 장소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 전 세계에 전시를 알릴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클릭하면 작품이 더 자세히 보이는 기능 등 기술적 보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등 전염병이 수년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쳐짐에 따라 20세기에 번성한 국제적 행사인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시대가 저물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성격이 강한 아트페어 주최 측은 온라인 아트페어로 대응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3월의 홍콩 아트 바젤에 이어 이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 중인 프리즈 아트페어(현지시간 6~15일)도 온라인 방식을 택했다. 폐막 직전인 14일, 미국 1위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프리즈 아트페어 온라인 뷰잉룸에 들어가 봤다.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독일 여성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의 11만 유로(1억5000만원) 정도의 작품 13점이 소개됐는데, 그중 9점에 ‘솔드(팔렸음)’ 표시가 붙어 있었다. 현장에서 보지 않고도 순조롭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가고시안 전속의 미국 작가 시슬리 브라운의 회화 작품 가운데는 550만 달러(67억6000만원)에 팔린 것도 있다.

프리즈 아트페어에 참가한 갤러리 현대 관계자는 “가고시안이 미국 작가 시슬리 브라운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5분짜리인데도 현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비교되는 다른 작가군, 작품 가격 추이 그래프 등 정보가 알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장, 새로운 세상을 이번 기회에 발견했다”며 “앞으로도 아트페어 현장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판매 정보의 디테일을 살려야 할 거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대형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하지 못하는 중소 갤러리들은 아트시(artsy.net), 오큘라(ocula.com) 등 온라인 플랫폼에 가입해 활로를 모색했다. 서울옥션도 지난 3월 홍콩 경매가 취소되자 아트시를 통해 온라인 경매를 했다.

아트페어와 달리 전위적 미술 실험의 현장인 비엔날레는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개최 장소에 와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고 재정 압박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9월 예정의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2월로 연기됐다. 리버풀비엔날레, 헬싱키비엔날레, 자카르타비엔날레 등도 모두 내년으로 미뤄졌다. 디지털 비엔날레 실험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학고재 큐레이터 김한들씨는 “지난 3월 개막한 시드니비엔날레가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며 디지털 전시로 돌렸다가 조기 폐막해 아쉬웠다”며 “비엔날레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체의 맥락 파악은 디지털로 보는 게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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