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세상을 구할 절대반지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다.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경제 봉쇄조치와 일상생활의 제약이 풀릴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개발에 1년~1년 6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이들이 백신만 나오면 바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초기 백신 물량은 제한될 것이고, 백신을 개발한 나라는 자국민을 우선 접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빠른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과학자는 물론 의료업체 간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국가 이익이 우선이다. 미·중 갈등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백신 개발이 민족주의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백신 민족주의(vaccine nationalism)’다.

미국과 중국, 유럽 간 백신 개발 경쟁은 미·소 냉전기 우주개발 경쟁에 비유될 정도다. 눈에 띄는 건 중국의 공세다. 중국은 백신 최초 개발을 국가 위신을 세우고 미국에 대한 우월성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여긴다. 백신 연구에 인민해방군 연구진 등 1000여명의 과학자를 투입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가 “중화인민공화국(PRC)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해킹을 하고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백신 최초 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중국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당연히 자국에 먼저 쓸 것이고 다음에는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일 것이다. 미국이 이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경우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입을 체면 손상은 재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끔찍한 악몽이다.

백신 개발국은 백신 수출을 금지하거나 자국 백신 산업을 국유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 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에서라도 바이러스가 존속하면 결국은 세계로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