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2171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이다. 역사상 정부가 이같이 많은 가구에 돈을 준 적이 없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고, 앞으로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 우리를 갑자기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과거로 완벽히 복귀할 수 없는 짙은 상처를 남길 예정이다. 많은 일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시행된 많은 정책에 대해 우리는 장단점을 복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재난지원금이 남긴 것들을 돌아본다.

코로나19는 위기 시 국가가 어디까지 돈을 쓸 수 있는지 고민을 남겼다.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화정책으로 돌파했다면 2020년 코로나19는 재정정책으로 이겨내고 있다. 수입만큼 지출해야 한다는 균형 예산 이론은 깨졌다. 재난지원금은 한국도 균형 예산을 어느 수준까지 깰 수 있는지 공론의 장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주요 국가와 똑같은 수준은 힘들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 등은 경제 규모가 크며,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활용해 통화정책이 재정 여력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기회에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균형 예산을 깼다가 다시 복귀하는 탄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일종의 재정 준칙 합의를 만들어 중장기 지출 규모와 세입 기반 확대, 한국은행 역할 변화 등의 큰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도 복기가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이 부상한 후 최종 도입까지 당정청은 곳곳에서 충돌했다. 행정부는 ‘정치를 한다’는 꾸짖음을 듣기도 했다. 국민의 동의를 받고 탄생한 정권에 대해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행정부를 단순히 집행기관으로 치부하는 것도 정책의 실수를 만드는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치권과 공무원의 협조와 견제의 균형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재산이나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기본소득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본소득과 다른 일회성 지급이지만, 현금성 복지를 전 국민으로 확대한 최초의 제도다. 재난지원금이 돈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효과를 자세히 분석해 향후 현금성 복지 도입을 결정하는데 소중한 자산으로 써야 한다.

복지 전달 체계도 짚어 볼 지점이다. 당초 재난지원금은 전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약 40%에 달하고, 신고 주소와 실거주지가 달라 정부가 알아서 현금을 전달하기 쉽지 않다. 기존 현금성 복지 제도 모두 신청 후 지급 절차를 거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범위까지 넓어 신청 과부하, 누락 등이 우려됐다.

그러나 시행 후 약 2주가 지나는 동안 일부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해 기존 정보를 활용해 ‘현금 계좌 입금’을 한 것은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일반 가구 신청도 카드 회사들과의 연계가 순조롭게 이뤄져 지급을 돕고 있다. 송금, 지급 결제, 핀테크 활용 등 우리나라 금융의 장점이 복지 전달 체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것이다. 물론 여전히 취약계층의 오프라인 신청 누락 등의 문제는 남아 있다. 이번 일이 복지 전달 체계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은 기부 실험이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당정이 먼저 제시했으며, 다소 강제적인 분위기가 있다. 자발적인 기부 운동과 차이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사회적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현금성 복지는 무엇을 사지 않더라도 심리적인 삶의 질 상승을 일으킨다는 분석이 있다. 현금성 복지와 기부 효과 등에 대해 여러 분석이 이뤄지길 바란다.

전슬기 경제부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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