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45. 전일빌딩 10층에 있는 흰색 콘크리트 기둥은 여기저기가 움푹 패어 있다. 바닥과 건물 외벽에도 파인 상처들이 역력하다.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자국이 헬기가 아래위로 움직이며 총탄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건물보다 높은 곳에서 쏘지 않고는 위에서 아래로 꽂히는 탄흔이 나올 수 없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은 금남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목격자 증언만 있던 상황에서 총탄 자국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전일빌딩은 1980년 광주를 온몸으로 간직한 역사적 현장이 됐다.

전일빌딩은 당시 옛 전남도청과 광장을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에 위치해 있다. 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은 신군부 세력에 맞서 계엄 철폐와 민주화 이행, 유신 척결 등을 요구하며 저항했다. 전일빌딩은 도청 앞 광장에서 시위하다 계엄군에 쫓긴 시민들이 몸을 숨기던 곳이다. 한때 광주를 상징하던 이 건물은 2011년 경매시장에 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건물을 매입한 광주시는 이 건물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시설로 사용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무산됐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전일빌딩의 운명은 총탄 자국으로 바뀌었다. 광주시는 철거를 앞두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흔적을 찾기 위해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이때 10층 내부와 외벽에서 총탄 흔적 245개가 발견된 것이다. 금남로 245라는 주소와 우연히도 똑같은 숫자였다. 전일빌딩245라는 새로운 이름은 이렇게 붙여졌다. 이후 지난 2월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총탄 흔적 2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전일빌딩은 헬기 사격 흔적을 보전하면서 4년여의 구조 변경을 거쳐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디지털 정보 도서관 등 시민 문화공간으로 지난 11일 개관했다. 오늘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전일빌딩245가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목격한 장소에만 머물지 말고 광주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갈 희망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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