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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와 급식의 소중함을 느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3월,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 사이로 우리 아이들의 웃음이 교정을 뒤덮어야 했다. 하지만 그곳에 아이들은 없었다. 우리 사회는 학교를 잠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위기는 모두의 노력으로 잠시 진정되는 것 같았으나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위기는 상실을 낳았고, 부재가 우리 앞에 그림자로 서서히 다가왔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학교의 상실을 온라인 개학이라는 혁신적인 방편으로 대처하고 있다. 개학 초기만 하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염려가 컸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그 불비한 조건을 헌신과 인내, 노력과 협업으로 돌파해냈다. 구호로만 존재하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화면 너머 선생님과 급우들이 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배움은 계속되고 있다. 학교는 온전히 디지털로 대체될 것만 같았다. 동시에 우리에겐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우리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얼마 전, SNS를 통해 개학 여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사실 학부모나 교사들을 염두에 두고 게시한 것인데, 예상외로 여러 학생이 반응했다. 그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라고 응답했다. 단순한 문자임에도 그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댓글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이렇게 학교가 소중한 것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었을까 되돌아보았다.

학생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은 ‘학교 상실의 시기’와 그 체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학교의 본래 의미를 되돌아볼 기회가 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위기 속에서 학교의 소중함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마치 지식 전달이 교육 전체인 것처럼 오해하고, 심지어 학교와 학원을 비교해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은 교육의 본질을 크게 오해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역할 중 하나로서 지식교육 과정이 한편에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전인적인 성장을 해가는 과정 또한 교육의 본질적 역할이다. 온라인 개학이 학교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을 사회적 인격을 가진 존재로, 공동체성과 소통 능력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바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이 수행하는 교육의 역할이다.

‘학교 상실의 시기’에 학교에서 공동체성을 익히는 여러 계기 중 유달리 학교 급식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학교의 부재는 가정에 여러 부담을 가중했는데, 특히 ‘가정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위기로 학교 급식이 안되는 상황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해야 하는 학부모님들의 노고를 국가가 나서서 치하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자녀의 점심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친환경 급식을 먹는 상황은 당연한 권리였다. 한국의 학교 급식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500만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이 정도의 높은 질을 담보하는 급식을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도 드물다. 영양(교)사 및 조리종사원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성과이다. 그러다 보니 ‘밥 먹으러 학교에 간다’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만나곤 한다. 끼니 걱정에서 해방되고, 무상에 질마저 높은 음식이 제공되는 그 혜택을 상실해본 지금에서야 급식의 소중함이 새삼 다가온다. “빨리 학교 가서 급식 먹고 싶어요” 하는 어느 학생의 댓글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

불원간에 우리 학생들은 다시 학교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 학생들은 과거의 우리와는 다른 감수성을 지닌 존재로 학교에 돌아올 것이다. 학교와 급식의 소중함을 인지한 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들이 다른 존재로 변모시킬 학교와 세상에 새로운 기대를 걸어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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