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앱을 포함한 채팅 플랫폼은 오랫동안 성착취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채팅 플랫폼이 성착취 경로로 이용된 것은 2000년 즈음 채팅 사이트와 메신저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공간을 초월한 대화와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가능하게 했고 이러한 특성이 성매매에 악용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함에도 사적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법률적 한계를 이용하며 성매매 알선 사이트나 다름없는 앱이 버젓이 운영될 수 있었다.

성착취 경로로 주로 이용되는 랜덤채팅 앱은 몇 가지 패턴이 있다. 말을 걸려고 접근하는 남성들에게는 비용을 받고 여성에겐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일정 시간 이상 대화 상대가 돼준 여성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이는 대가를 받기 위해 여성이 성적 대화에 응하도록 유도한다. 대화 내용을 캡처할 수 없어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기 어렵게 하고,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아 채팅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은 안전하지 않다.

기술 발달로 청소년 유해성 판단 기준으로 콘텐츠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 기술적 조치 등을 추가해 촘촘하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랜덤채팅 앱도 수익 구조, 기술적 조치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불건전한 목적을 갖고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채팅 이용의 안전성을 갖추지 않은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특정 고시하겠다는 여성가족부의 방침은 적합하다.

다만 정부 대응만큼 중요한 것이 업계의 자정 노력이다.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적 조치는 업계가 더 잘 알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온 사회가 경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가 먼저 대안을 찾고 기술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규제가 강화될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다 전향적으로 아동·청소년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적극 나서는, 책임 있는 업계의 태도를 보고 싶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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