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치고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때문에 곤욕을 치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과연 문 대통령은 역사의 신기원을 열 수 있을까. 집권 3년을 지나는 시점에서도 지지율이 60%가 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에게 장밋빛 앞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렵다. 경제가 풀리지 않으면 레임덕은 귀신같이 찾아올 것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것도 집권당에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적수가 없으면 내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4·15 총선이 끝나자 점수 까먹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집권당 사람들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겠지만 지난 총선은 여당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꽃놀이패’에서도 전체 득표율이 50%를 밑돌았다. ‘폭망’ 미래통합당은 41%나 득표했다. 유권자의 5%만 움직였으면 상황이 역전됐을 것이다. 한국 정치는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정확히 말하면 가변적이다. 민심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순식간에 뒤집을 수도 있다. 지난 ‘조국 사태’ 때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치지 않았던가. 그것이 불과 반년 전 일이다. 혹시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에 도취해 ‘이대로 주∼욱’을 외친다면 필패를 면할 수 없다. 지난 3년을 돌아보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냉철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말, 특히 듣기 싫은 말을 애써 경청해야 한다. 이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실망하는 국민이 많다. 사람을 가리고 자기편 말만 열심히 듣는 듯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확증편향 앞에서 마치 커다란 벽을 대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다. 혹시 국민의 높은 지지가 그런 신념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슬픈 착각이다.

가톨릭에서는 성인 반열에 오를 사람들을 심사하면서 굳이 ‘악마의 저주’를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듣기 싫은 말을 억지로라도 듣기 위해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었다. ‘아, 그렇습니까’를 연발했다. 고수는 역시 다른 것이다. 반면 자기와 다른 말 한다고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던 어느 전직 대통령, 지금 어디에 가 있는가. 말하는 것을 더디 하고 듣는 것을 속히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문 대통령이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을 보고 싶다.

듣기 싫은 말을 즐겨 들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점에서도 민주주의는 위대하다. 싫어도 듣게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아무리 선한 사람도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제도적 올가미’로 권력을 속박한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의 선의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듣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 야당은 ‘없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어떤 운명을 맞을 것인가. 그렇다면 ‘집안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진영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러나 지금 정권에는 입바른 말 할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금태섭 같은 소중한 자산을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지워버렸다. 소신을 꿋꿋하게 펼치던 김해영 같은 인물은 총선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 ‘문비어천가’가 울려퍼진다. 프랑스 사상가 토크빌이 말했듯, 무제한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다. ‘민주’를 입에 달고 다니는 정당에 침묵의 강이 흐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민주당은 ‘단일 대오’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을 걱정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그렇다면 친정부 언론이라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차피 문재인 사람들은 비판 언론은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권 성향의 언론이 지적하면 무겁게 수용한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언론, 특히 방송은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의 치욕’을 아프게 기억해야 한다. ‘어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느 ‘친문’ 유력 인사가 대놓고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는데 그런 행태야말로 정권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문 대통령을 레임덕 없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감한 후퇴’를 두려워 마라. 내부 비판을 활성화하라.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는 소신 발언에 박수를 보내라. 역사는 용감한 자의 몫이다.

서병훈 숭실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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