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 방역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의 연구자나 기자들이 필자에게 국내 방역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동선 추적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거의 예외 없이 프라이버시 우려에 관한 질문으로 화제가 바뀌게 된다.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IT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데이터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데이터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규율과 관행을 잘 정립하는 것이 관건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고 있다. 흔히 데이터의 자유롭고 투명한 흐름은 데이터 경제를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인 것으로 이해된다. 정보의 비대칭이나 불투명성은 정보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전적 부작용의 출발점이 된다. 그에 반해 프라이버시는 인위적으로 정보 흐름에 제한을 두고 일정한 정보 비대칭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서 시장과 사회에 왜곡을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보의 원활한 흐름이 필요한 경우는 어떤 경우이고,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정보 흐름에 제약을 둘 필요가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활동이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우선 방역 당국에 관련 정보가 집중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필요한 정보를 원활하게 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빠르고 정확한 역학조사 및 후속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이 방식의 데이터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이 신뢰는 당국의 다짐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고 사후 검증과 확인 절차를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확진자 신원과 동선을 포함해 방역 당국에 집중된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취합 과정과는 다른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고 또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감염병 의심자들에게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일반 공개 대상이 되는 정보의 수준은 당국이나 지자체가 확보한 정보에 비해 덜 상세한 것이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을 고려해 정책적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상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일부 확진자의 경우 관련 지자체가 언론에 공개한 정보로부터 확진자 이름을 포함한 신원의 추정이 어렵지 않게 가능했던 사례도 있다. 이처럼 쉽게 식별이 이뤄지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또 정보 투명성에 제한을 두는 것은 현실적 정책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태원발 확진자 증가 상황에서 당국이 익명 검사를 보장한 뒤 검사 건수가 급증했다는 발표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달리 특정 유형의 업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언급되기 시작하면 해당 업소를 출입한 사람은 검사 대상자일지라도 이에 관한 정보가 주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방역 당국과의 연락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넓게 데이터 경제의 시각에서도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항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선 정보 흐름을 통제하고 적절한 수준의 정보 비대칭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준의 비대칭을 확보할 것인지가 사실은 관건이다.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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