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2000년 4월 ‘딸들의 반란’이라 불린 소송이 제기됐다. 종친회가 성년 남성만을 종원으로 인정해 종중(宗中) 재산을 여성들에게 차등 배분하자 출가 여성들이 반발해 종중 회원 확인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기존 판례에 따라 여성들이 패소했다. 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남녀평등권 문제로 부각되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03년 12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결국 대법원은 2년 뒤 시대 변화를 감안해 판례를 47년 만에 변경하고 여성의 종원 자격을 인정한다.

통상 상고심은 법정 변론 없이 서면심리로 진행된다. 한데 사회적 가치 판단과 직결된 재판에 대해선 국민 신뢰를 제고할 필요성이 생겼다. 2003년 10월 대법원 변론 규칙을 제정하고 공개변론 첫 사례로 ‘딸들의 반란’ 사건을 택한 건 이 때문이다. 공개변론에는 전문가나 참고인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한다. 그간 국민적 이목이 쏠린 굵직한 사건들이 공개변론을 거쳤다. 통상임금 산정 범위(2013년 12월), 불륜 배우자의 이혼청구(2015년 9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2015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2018년 11월), 육체노동자 정년(2019년 2월) 판결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파급력이 컸다.

내일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을 놓고 공개변론이 열린다.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이후 7년 만이다. 전교조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1·2심에서 줄곧 이겼지만 본안 소송에선 1·2심 모두 패소했다. 쟁점은 교원노조법 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성, 정부 처분의 재량권 남용 여부 등이다. 하지만 법리 해석보다 중요한 건 시대를 관통하는 사법 철학이다. 대법원은 어떤 결론이든, 풀이과정이 포함된 모범답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통찰력으로 들여다볼 것이냐다. 이미 찬반이 갈린 장외 여론전은 가열되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보통 공개변론 후 3개월 이내에 선고가 이뤄지는데 7, 8월쯤 답안지가 작성될 듯하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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