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뒤늦게 보다가 인상 깊게 와 닿는 말이 있었다.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 여기는 요즘, 최선을 다하지 말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사람은 자기 능력의 100%를 사용해선 안 되고 능력의 60~70%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것,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능력이나 체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뜻이었다. 살면서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던 터라 매우 공감이 갔다.

최근에 나는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 절반 정도는 남겨두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적당한 양만 쏟게 되니 빨리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과하게 열심히 하지 말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다. 거의 많은 문제들이 열정과 애정을 지나치게 쏟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열과 성을 다한 후 일이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다면 실망감도 커지게 된다.

공든 탑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는 시대이다. 정성을 다하면 그 결과가 헛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제는 공든 탑도 무너질 수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불편하고 낯선 현실에 최대한 편안하게 적응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변수가 나타났을 때 빠른 태세 전환이 필요하며 여러 가능성에 대해 열어둘 필요가 있다. 대안을 세워놓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들여 한 일이 잘되지 않을 때는 실망하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상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빠르게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점차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어간다. 이 말이 나태하거나 불성실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매사에 조금은 힘을 빼고 무리하지 않으며 살아간다고나 할까.

문화라 작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